[정대영의 경제 바로 보기] 한국 국가부채 규모의 적정성 평가

입력 2021-02-0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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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제연구소장

최근 확대재정의 지속, 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 논쟁 등과 맞물려 재정건전성과 국가부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진영과 주장하는 정책에 따라 국가부채에 대한 평가가 크게 달라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정확한 실상을 알아볼 필요가 있다.

국가부채의 기본통계는 3가지가 있다. D1, D2, D3이다. D1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부채이고, D2는 D1에 비영리공기업 부채를 합한 것으로 일반정부 부채라고 한다. D3는 D2에 비금융공기업 부채를 합한 것으로 공공부문 부채라고 한다. 이 중 D2, 즉 일반정부 부채가 정부의 공식적인 국제비교 통계이다. D2는 2019년 말 810.7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대비 42.2%로 세계 주요국에 비해 높지 않다. 이것이 재정건전성에 문제가 없고 재정지출을 더 늘려야 한다는 사람들의 주요 논거이다.

먼저 국가부채를 D2로 보는 것이 맞느냐이다. 한국은 정부가 직접 해야 할 일을 공기업이 하는 경우가 많다. 이명박정부 때의 4대강 사업은 수자원공사가 주로 했고, 지금은 탈원전이나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의 부담을 한전이 지는 것 등이다. 그리고 부실기업 지원은 금융 공기업인 산업은행이 오래전부터 맡아 했다. 공기업의 경우 규모와 역할이 나라마다 달라 일률적 기준을 적용하기 어렵다. 한국의 경우 공기업 부채, 최소한 비금융 공기업 부채는 국가부채 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 같다. 국가부채의 범위를 넓게 잡으면 위기 시 통계의 신뢰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비금융 공기업이 포함된 국가부채는 2019년 말 1132.6조 원으로 GDP 대비 59%이다.

공기업 부채 이외에 공무원연금이나 국민연금 등의 충당부채를 국가부채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민간기업의 경우 퇴직급여 충당금 등은 당연히 갚아야 할 부채이다. 기업이 문을 닫을 때 그 시점까지 발생한 퇴직금은 기업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는 기업과 달리 중간에 문을 닫을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에 연금 충당부채는 직접 부채로 보지 않아도 될 듯하다. 다만 국가의 충당부채도 앞으로 발생하고 부담할 부채이기 때문에 주의하여 관리해야 한다. 한국의 연금 충당부채는 2019년 기준 2000조 원이 훨씬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공무원연금 754조 원, 군인연금 186조 원, 국민연금 1000조 원 이상이고, 사학연금은 통계를 전혀 발표하지 않는다. 사학연금은 가입자가 40만 명 정도로 혜택이 공무원연금 못지않고 국가의 지급보장도 있어 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다음으로 국가부채는 어느 정도까지 용납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GDP 대비 40%, 60%의 기준이 많이 제시되지만 특별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유럽연합(EU)의 ‘성장 및 안정에 관한 규약’에 회원국은 국가부채를 GDP의 60% 이내로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한 개발도상국의 경우 국가부채가 GDP의 60%에 이르지 않아도 재정위기가 발생한 사례가 있어, 60%와 40%의 기준이 나온 듯하다. 한국의 GDP 대비 국가부채 비중은 D3 기준으로 2020년에는 60%를 넘은 것이 확실하고 앞으로 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재정위기는 국가부채 규모뿐 아니라 정책의 신뢰성, 성장 물가 경상수지 등 경제기초 여건, 국채의 만기구조와 보유자의 국적 등에 의해 복합적으로 영향을 받는다. 실제 현실에서는 국내외 투자자들이 해당 국가의 국채를 얼마나 신뢰하느냐가 중요하다. 즉 투자자들이 한 국가의 국채를 믿고 계속 사주면 그 국가는 재정위기가 발생하지 않는다.

국가가 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계속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시장은 비이성적일 수 있고, 변덕스럽기 때문이다. 일본은 국가부채가 GDP 대비 200%가 넘지만, 국채는 시장의 신뢰를 받고 있다. 그러나 지금의 신뢰가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한국은 일본보다 국가부채 비율이 크게 낮아 국채의 신뢰 상태가 양호하다. 그렇지만 부동산 거품 가능성과 가계부채 과잉, 원화의 국제화 부족, 남북 대립 등 지정학적 위험, 급격한 고령화에 따른 재정수요 등 잠재된 위험 요인이 많아 한국에 대한 신뢰가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다.

국가부채의 규모와 관련 통계의 정확성, 이에 대한 정치인과 정책당국자의 자세는 신뢰의 일차 관문이다. 국가부채를 정략적으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국가부채는 미래 세대의 입장에서 관리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국가부채는 지금 세대가 늘리지만, 갚는 것은 미래 세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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