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구에서 개인 카페 창업을 준비 중인 윤모 씨는 메뉴에 카페모카를 비롯한 크림 사용 메뉴를 넣을지 여부를 고민 중이다. 올해부터 휘핑크림을 만드는 데 쓰이는 카트리지형 아산화질소 사용에 대한 규제가 강화됐기 때문이다. 윤 씨는 “어차피 올해부터 가스를 자유롭게 쓰기가 힘들게 됐지 않느냐”라면서 “다른 카페 운영자들도 우왕좌왕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섣불리 결정하기보단 추이를 지켜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가뜩이나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영업이 어려워진 커피전문점 사장님들의 시름이 더 깊어졌다. 식품의약안전처(식약처)가 지난 1일부터 휘핑크림 제조에 사용되던 소형 카트리지 형태의 아산화질소 제조 및 사용을 전면금지하면서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가 새로 고시한 ‘식품첨가물 기준 및 규격’에 따라 영세 커피전문점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휘핑크림 제조에 혼선을 빚고 있다. 앞서 식약처는 환각효과를 목적으로 아산화질소를 흡입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로 아산화질소를 소형용기(카트리지)에 넣어서 판매하거나 이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업자들은 기존 잔여 가스는 전면 폐기하고, 식품첨가물로 판매되는 아산화질소를 사용하려면 2.5ℓ 이상의 고압용기에 충전해 유통하거나, 혼합형 스프레이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스타벅스 관계자는 “식약처 고시에 소형 카트리지형 아산화질소는 전부 폐기하고 전 매장에 2.5ℓ 이상 고압용기를 배포했다”라고 했다. 이디야커피 측도 "2021년 1월 1일부터 전 가맹점 스프레이 타입으로 변경했고, 현재 안전성과 위생, 점주 사용편의로 인해 스프레이 타입을 사용 중"이라고 전했다.
반면 소규모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은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거리두기 정책 여파로 매출에 타격을 입은 데다 규제까지 강화돼 부담만 가중된다는 목소리다.
서울 마포구의 한 개인 카페 매니저 최 모 씨는 "스프레이 등 차선책이 나왔다지만 메뉴 제조에 불필요한 공정이 하나 더 추가되는 것이 소규모 매장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아예 전 메뉴에서 휘핑크림 추가옵션을 제외시킨 곳도 있다. 서울 은평구에서 소형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사장 김 모 씨는 “카페모카뿐 아니라 우리 카페에서는 휘핑크림이 올라가는 메뉴는 단 하나도 없다”라면서 “대용량 가스용기를 마련하는 일이 부담스러워서 옵션 자체를 없앴다”라고 했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성토의 목소리가 줄을 이었다.
한 업자는 “코로나로 주문량이 많지도 않은데 카트리지 규제법안까지 덮치니 카페업자들만 왜 이렇게 힘들게 하는지 모르겠다”라면서 “짤주머니로 그때그때 만들긴 하지만, 혹여나 휘핑 추가 주문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어떻게 할지 난감하다”라고 했다.
또 다른 소형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 중이라는 한 사장은 “본사에서 대형 휘핑 가스통 구매 제안이 들어왔는데 한 통에 60만 원 상당이라 비싼 것 같기도 하고 자리만 많이 차지할 것 같아 고민이 된다”라면서 “가뜩이나 코로나로 장사도 잘 안되는데 다 쓸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조천호 식약처 주무관은 "2019년 3월에 관련 고시 개정안을 행정 예고하고, 고시는 같은 해 12월부터 했다"라면서 "공문도 지난해에만 6번 보냈고, 계도기간도 1년으로 충분했다"라고 했다. 그는 이어 "2.5ℓ 고압용기를 직접 구매하려면 현 시세로 50여만 원, 대여할 때 반납할 조건으로 20여만 원, 가스조절기까지 합쳐 총 30여만 원으로 알고 있다"라면서 "초기비용이 소규모 매장의 경우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선택지가 다양하고 장기적으로는 경제적으로 이득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유념해주면 좋겠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