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경영권 방어 논란에도
“견제 장치 충분히 마련” 소명
딜 무산 땐 내년까지 4兆 필요
위기 기업에 ‘회수조건’ 모순
회수 리스크에도 미래 지출 고려
앞서 산은은 두 대형 항공사의 통합을 위해 한진칼에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방식으로 5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제3자배정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의 자리를 뺏어 새로운 기존 주주가 아닌 다른 이에게 자리를 내주는 방식이다. 당연히 기존 주주의 권리가 침해되기에 예외적으로만 허용된다. 그런데 하필 산은이 비집고 들어가는 ‘한진칼’은 자리다툼이 있던 곳이다.
이 때문에 산은이 어느 한쪽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서 보통주를 선택했다는 논란이 생긴 것이다. 이는 경영권 분쟁의 당사자인 KCGI 등 3자연합이 제시한 논리다. 하지만 산은은 이를 견제하기 위한 장치는 충분히 마련했다고 수차례 소명했고, 특히나 이 해석은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힘을 잃었다.
하지만 공적자금 회수에선 의구심이 남았다. 산은의 보통주 투자 방식에 대해 국회 입법사무처는 지난 2일 발표한 ‘대형항공사 M&A관련 이슈와 쟁점’에서 “산은은 공적자금 회수에 용이한 상환우선주 투자에 앞서, 부실기업 인수합병으로 그 가치를 보장할 수 없는 의결권 보통주 투자를 진행하고 있어 공적자금 회수가 상대적으로 불투명하다”고 명시했다.
산은은 보통주 투자에 대해선 “산은이 직접 주주로서 본건 통합 작업에 참여해 계열주 및 경영진의 책임경영 의지를 이끌어냄과 동시에 건전 경영의 감시 역할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의결권 있는 보통주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산은은 이 대의를 충족시키기 위해 위의 지적은 그저 불가피한 부작용이라고 판단했을까.
상환우선주는 의결권이 없는 대신 만기가 있고, 중간 배당을 확정적으로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상환우선주는 주로 공적자금을 투입할 때 고려 요소가 된다. 어쨌든 빌려준 돈은 돌려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혈세 낭비’라는 논란에서도 자유롭다. 그러나 이 역시도 어디까지나 자금을 최종적 회수할때나 가능한 얘기다. 상환우선주를 발행한 회사는 매년 이익의 일부를 적립해야 한다. 이 적립금은 회계장부에 비용으로 처리돼 현금흐름에 영향을 준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유동성 위기로 기간산업안정기금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았고, 대한항공도 지원 여부를 검토 중이다. 유동성이 위기인 기업에 공적자금에 대한 ‘회수조건’을 삽입하는 것은 일견 모순이 발생한다.
또 상환우선주는 상환을 전제하지만, 그 권리가 채권을 선행하지 않는다. 기업이 도산하면 ‘일반 채권→후순위 채권→우선주→보통주’ 순으로 채권 회수에 대한 권리가 생기지만, 보통 일반 채권도 다 갚지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밝혔듯 ‘부실기업’ 혹은 ‘부실기업이 될 가능성이 큰 기업’이다. 상환우선주나, 보통주나 잃을 각오를 하고 지원하는 것은 마찬가지인 셈이다.
그렇다고 산은이 공적자금 회수에 둔감한 것은 아니다. 이번 지원은 미래에 부과될 더 많은 지출을 고려한 선택지다. 이번 딜이 무산되면 산은 등 채권단은 두 항공사에 운영자금을 포함해 내년까지 총 4조 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봤다. 우선 기업을 정상 궤도에 올려야 빌려준 돈도 받을 수 있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상환우선주 대신 보통주를 선택했다는 지적은 사실상 매우 사소한 변수만 고려된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환우선주라고 해도 회사가 위기에 빠지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것은 같은 구조”라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측면이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