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ATM 3.4만개 → 2.7만개
“금융 서비스 개선 필요하지만
취약계층 경제활동 제약 안돼”
지난달 30일 신한은행 서소문점 디지택트(디지털과 콘택트의 합성어) 브랜치의 스크린에서는 고객이 들어서자 이같은 말이 흘러나왔다. 이날 화상으로 연결된 직원은 화면을 통해 고객에게 금융 상담을 제공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4일 이처럼 화상으로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래형 혁신 점포 ‘디지택트 브랜치’를 도입했다. 은행이지만 현금 거래는 주요 업무가 아니다. 예금과 적금, 청약의 상담과 대출 상담이 미래형 혁신 점포의 주된 업무다. 이 모든 과정은 태블릿에 서명하는 방식을 통해 이뤄진다. 지난해 국민은행도 일찍이 무현금, 무서류 기반의 디지털 창구 특화점인 KB디지털 금융점을 개점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현금 없는 사회를 준비하는 건 한국은행의 발표와 맞닿아있다. 2016년 한국은행은 올해까지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한국은행은 그 이유로 동전 관리 비용을 들었다. 한국은행의 계획에 더해 올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 금융 거래가 잦아지면서 금융 업계는 현금 없는 거래에 집중하게 됐다.
최근 5년간 은행의 현금인출기(ATM)는 한 해 평균 1502대씩 없어졌다. 실제 금융감독원 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5년 말 시중 5대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의 ATM은 3만 4683개였으나 지난해 말엔 2만7173개로 줄었다. 현금 없는 사회와 디지털 결제 확산으로 은행들이 ATM 줄이기에 나선 것이다.
동시에 은행들은 현금 없이 바코드 또는 QR코드를 이용해 결제하는 ‘○○페이’, 즉 간편 결제를 내놨다. KB국민은행의 리브페이, 신한은행의 쏠페이, 하나은행의 원큐페이, NH농협은행의 올원페이가 대표적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간편 결제에 집중하는 이유에 대해 “시장을 따라잡기 위해, 시장을 잠식하는 기술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은행들이 관심을 두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가장 보편화 됐고 가장 강력한 파급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정작 이런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건 기능을 사용하는 소비자이다. 특히 디지털에 생경한 노년층에게 현금 없는 사회란 상상하기 힘들다.
A(69)씨는 “은행이 읍내에 있어 거리가 있지만 통장에서 현금을 찾아 쓰고 있다”며 “카드도 만들어 본 적 없다”고 토로했다. B(79)씨 역시 “핸드폰으로 은행 일을 보는 건 누가 알려주지 않았다”며 “할 줄 몰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기관이 현금 없는 서비스가 가능토록 기능을 만드는 건 필요하다”면서도 “다만 현금이 아닌 방법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분들의 경제적 활동을 제약하는 건 곤란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