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에 소비 심리 위축도
최근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산업계에 2차 셧다운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한 공급 부족뿐만 아니라 소비 심리 위축과 수출 선박 부족 현상까지 겹쳐 산업계가 삼중고에 시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3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날 오전 광주공장 냉장고 라인에서 근무하는 직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날 오전 8시부터 가동 예정된 냉장고 제조 라인을 방역지침에 따라 2일까지 폐쇄하기로 했다”며 “냉장고 제조동과 확진자 근무층 등을 철저히 방역할 것”이라고 말했다.
냉장고 제조라인은 1, 2층이며 3층에는 지원 부서 등이 있다. 확진자가 추가로 나오면 공장 폐쇄 기간은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공장 가동이 일시 중단됐다. 기아차 광주공장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광주 1~2공장과 하남 버스 특수공장이 가동을 멈춘다. 가동을 중단한 1공장은 셀토스와 쏘울을 생산 중이다. 2공장은 스포티지와 수출형 쏘울 등을 생산 중이다.
이날 LG화학 청주공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5명도 신종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LG화학 관계자는 “확진자들은 별도의 사무동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어서 공장은 정상 가동한다”고 말했다.
이달 들어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 LG전자 서초 R&D캠퍼스, SK 서린동 본사 등에서도 잇따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바 있다.
올 초 1차 셧다운 당시 생산 차질 등을 겪은바 있는 산업계는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방역에 온 힘을 다해왔지만, 늘어나는 확진자에 초조해하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등 쇼핑 수요가 많이 늘어나는 4분기를 맞아 공장을 풀가동하며 대응하고 있는데, 가동 중단 등의 변수가 발생하면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지난 2월 삼성전자는 구미사업장 확진자로 공장 가동을 중단해 ‘갤럭시Z플립’ 등의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이번 광주공장 생산라인 중단으로 인한 냉장고 생산 차질도 불가피하다.
같은 기간 완성차 업계도 중국 부품공장 가동중단으로도 최대 3주간의 가동 차질을 겪은 바 있다. 국내에서 같은 일이 발생하면 파장은 더 커질 수 있다.
차 업계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며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부품 협력사로부터의 감염 경로를 완전히 차단하긴 힘들다. 현대차의 경우 1차 협력 업체만 300개가 넘고, 현대차 울산공장 내ㆍ외부로 다니는 부품 이송 차량이 2만 대에 달한다.
석유화학업체들도 초긴장 상태다. 석화 업계 한 관계자는 “울산, 여수, 대산 등 석유화학단지는 입주업체 한 곳에서만 확진자가 발생해도 전체가 마비될 정도로 상황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뿐만 아니라 스마트폰과 가전, 반도체, 자동차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주요 거점에서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커서 글로벌 연쇄 셧다운까지 우려된다.
특히 반도체 업계로 퍼진다면,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메모리 공급 부족이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1년 내내 24시간 돌아가는 메모리 반도체 공장 특성상 단 한 차례의 가동 중단도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에 막대한 타격을 미친다.
이미 지난 26일 중국 충칭의 SK하이닉스 공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공장의 생산을 잠정 중단하고 직원 3200여 명을 대상으로 감염 여부 검사를 했다. 해당 공장은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생산의 4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지 매체에서는 전체 메모리칩 공급 체인에 미치는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생산 중단에 따른 일시적인 가격 급등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산업계는 해운 물동량 증가로 수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HMM은 이날 저녁 부산항을 출항해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는 5번째 임시선박으로 46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HMM 인테그랄호’를 투입했다.
회사 측은 “국내 기업들의 긴급한 대미 수출화물을 운송하기 위해 선박을 추가로 확보하기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선박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세계 해운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상반기 위축됐던 해상 물동량이 하반기부터 급증하면서 선박뿐만 아니라 컨테이너도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프랑스 해운산업 분석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세계 미운항선박율은 5월 말 역대 최대치인 11.6%까지 증가한 이후 11월 현재는 역대 최저치인 1.5%로 감소했다.
소비 심리 위축도 산업계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앞서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상반기에도 업계는 봄맞이 성수기 기간을 놓치는 등 큰 피해를 봤다.
하반기 코로나19가 잠시 주춤하며 보복 소비가 활발했지만, 최근 확산세를 본다면 연말 대목을 앞두고 다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을 수 있다.
업체들은 코로나19 방역과 함께 온라인 판매 확대 등을 통해 성수기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업들의 온라인 판매 확대 기조는 올 초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됐다. 지난해 10%대에 불과했던 삼성·LG전자의 온라인 판매 비중은 코로나 록다운(이동 제한) 등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20%대로 2배가량 늘어났고, 하반기에는 30%대까지 더 늘었다.
LG전자 관계자는 "온라인 매출 비중을 최대 절반까지 늘릴 것"이라며 "온라인 특화 제품과 디지털 마케팅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