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료 강제 감면" 총대 멘 이재명… 정부ㆍ업계는 '난색'

입력 2020-09-21 18:00 수정 2020-09-2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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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 속 '임대료 통제' 재점화…재산권 침해ㆍ월세 급등 우려도

이재명 경기지사, 정부에 임대료 인하 건의… "건물주 고통 분담" 국민청원 쇄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에 들어선 상가건물과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일대에 들어선 상가건물과 주상복합 아파트 단지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임차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 주도 임대료 감면' 카드를 꺼내들면서 부동산시장에 또 한 차례 논란이 일고 있다. 임차인 지원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민간 상가의 임대료를 강제로 조정하는 건 시장경제 논리에 어긋나고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현행법상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이 운영하는 상가 임대료 인상을 제한할 수 있는 마땅한 규정도 미비한 실정이다.

이 지사는 지난 20일 페이스북 계정에 "집합금지 조치로 영업 중단된 점포의 손실은 말할 것도 없고, 임대료를 못 내 빚을 지거나 폐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며 "코로나 사태로 인한 임대료 조정과 감면에 대한 유권해석 및 행정지도를 중앙정부(국무총리실·법무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에 따른 집합금지 기간에 발생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손실을 조정할 필요가 있으니 임차인이 지자체 분쟁조정위원회에 임대료 감면 조정을 신청하면 정부 유권해석을 토대로 조정할 수 있게 정부 차원 근거를 마련해달라는 것이다.

이 지사의 지적처럼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에 처해 임대료 인하를 요구하는 자영업자들이 적지 않다. 21일 기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상가 임대료와 관련해 340여개에 달하는 청원이 쇄도했다. '국가의 집합금지 명령에 따라 영업을 못 하게 된다면 정부의 규제 아래 월세도 감면해줘야 한다’, ‘자영업자들의 아픔을 건물주들도 함께 부담해 같이 살아야 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실제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자영업자들의 상가 임대료 부담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이달 초 전국 소상공인 3415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사업장 경영비용 중 가장 부담이 되는 것은 ‘임대료’라는 답변이 69.9%에 달했다. 앞서 4월 조사 당시 38.6%에서 배 가까이 급등한 비중이다.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매출액 영향으로 ‘-90% 이상’이라는 응답은 60%를 차지했다.

집합금지기간 중 임대료 감면 놓고 시장 파장…업계선 “설익은 정책 남발 역효과” 지적

이 같은 상황에서 이 지사의 제안은 법조계는 물론 상가시장 안팎에서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지사는 "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경제사정의 변동에 따라 임대료 증감을 청구할 수 있다”면서 “민법 제537조는 임대차계약 같은 쌍무계약에서 일방 채무가 쌍방의 귀책사유 없이 이행불능이면 상대의 이행의무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을 놓고 법리적 판단과 의견이 분분하게 갈리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전례 없는 코로나19 사태로 정부가 방역을 위해 영업을 강제로 중단한 만큼, 임대료 감면 여지는 있다고 보고 있다. 코로나19가 불가항력적인 사유인지 여부와, 계약의무 불이행 상태에서의 임대료가 부당이익인지 등의 판단이 관건으로 꼽힌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은 5%로, 정부나 지자체가 임대료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규정한 조항은 없다. 이 법과 민법에 명시된 ‘차임증감청구권’은 경제 사정의 변동이 있을 경우 임대료 인하를 요구할 수 있게 했지만 적용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 대법원은 “경제위기 이후 손님이 30% 정도 감소했다고 해도 임차물에 대한 공과금 부담과 기타 경제 사정 등의 변경으로 인해 현저히 부당해진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며 차임증감청구권을 불인정했다.

이에 정부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현재까지 상가 임대료를 감면하면 세제 혜택을 돌려주는 등의 방식으로 건물주들의 ‘착한 임대인’ 동참을 유도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경우 최근 시가 관리하는 상가의 임대료 감면을 중단하고 되레 올린다고 했다가, 상인들의 반발로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상가업계에선 포퓰리즘에 기반한 설익은 정책 남발이 시장의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도 민간의 사적인 거래에 개입할 근거가 부족하고, 자영업자에 대한 세액 공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재정을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주택 임대차법 개정으로 전월세 시장이 큰 혼란을 겪고 있는 것처럼 상가 임대료를 통제하게 되면 법 적용 전까지 임대료가 치솟을 가능성이 크다”며 “규제 정책 효과를 면밀히 따져보지 않고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면 시장 혼란은 물론이고 오히려 영세한 자영업자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임증감청구권=임대차계약 기간 내에 전세나 월세 금액을 올리거나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민법(제628조)과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제11조 1항)에는 ‘경제 사정의 변동으로 인해 사정이 변경된 경우’에는 임대료 또는 보증금 증액 또는 감액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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