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대출 규제를 할 때 적용하는 주택 시세를 KB국민은행에서 한국감정원 시세로 전환키로 하면서 주택담보대출 문턱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통상 '호가' 중심의 KB국민은행 시세는 실거래 위주의 감정원 시세보다 높기 때문이다. 대출 한도를 계산할 때 감정원 시세로 전환하면 주택 가격이 낮아지기 때문에 그만큼 대출 가능 한도도 줄어든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출 규제 적용 시세 기준 전환을 언급했다. 김 장관은 “대출이 많아지면 시세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발생해 대출 규제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며 “(기준 시세 관련) 지적이 있으니 앞으로 감정원 시세를 중심으로 정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국토부 역시 보도참고자료에서 “김 장관의 상임위 질의 답변은 신뢰성 있는 통계를 일관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이라며 “향후 대출 규제 시 통계 활용 방식 등에 대해서는 소관 부처인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검토해 나갈 계획”라고 밝혔다.
대출 규제 기준 시세가 감정원 시세로 바뀌면 15억 원 미만의 대부분 주택은 대출 가능 한도가 줄어들 예정이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감정원 시세가 KB 부동산 시세보다 더 보수적이라고 평가한다. 두 기관 모두 전국 아파트 표본조사로 가격을 조사하지만, 감정원은 조사직원이 거래가를 조사하고 급매 등 특이거래를 통계 반영 시 조정한다. 반면 KB부동산은 시장 호가 등 지역 중개업소 시세를 직접 받아 집계한다.
실제로 KB부동산은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중위가격을 9억2787만 원이라고 밝혔다. 반면 감정원은 8억4684만 원이라고 발표해 8103만 원이나 차이가 났다. 서울 LTV(주택담보대출비율) 40%를 적용하면 같은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KB부동산 기준으로는 3억6557만 원을 대출받지만, 감정원 기준으로는 2584만 원 적은 3억3873만 원만 받을 수 있다.
다만, 주택담보대출이 금지된 ‘15억 원 이상 초과’ 아파트 기준 가격이 일부 바뀌면서 대출 길이 열리는 아파트가 나올 수 있다. 서울 마포구 래미안푸르지오 전용면적 84㎡형은 KB부동산 기준으로 시세가 하한선 15억500만 원(6월 19일 기준)을 넘었다. 하지만 감정원 기준으로는 이달 3일에서야 시세 하한선이 15억2000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토부가 금융 담당인 주택담보대출까지 언급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며 “현 정부에서 대출을 축소하는 정책을 시행해왔는데 이번 정책 변화 역시 대출을 줄이려는 의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