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품귀 속 가격 껑충... 콧대 높아진 입주 아파트

입력 2020-08-26 06:2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서울 전세시장에서 입주를 앞둔 아파트의 콧대가 높아졌다. 저금리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강화 등 정부 규제로 귀해진 전세 물량이 임대차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아예 자취를 감췄다. 정부의 허위매물 규제까지 가세하면서 전세 매물 품귀는 더 극심해지는 분위기다. 입주를 코 앞에 둔 서울 새 아파트에선 전셋값이 분양가를 추월하는 현상은 이제 예삿일이 됐다.

◇전셋값이 분양가보다 비싼 단지 속출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내달 말께 입주를 시작하는 2296가구 규모의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 래미안 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 아파트) 전용면적 59㎡형 전셋값은 10억~12억 원에 달한다. 2017년 9월 분양 당시 이 면적의 분양가(10억 7100만~11억 2900만 원)를 훌쩍 넘어섰다.

전세 매물이 거의 없는 데다 주변 아파트 전세 시세도 11억 원을 넘고 있어 집주인들이 너도나도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개포동 G공인 측은 "임대차법 시행 후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려 12억~13억 원대 물건도 나오고 있지만 전세가 워낙 귀하다 보니 터무니없는 가격이 아니면 높은 가격에도 계약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내달 입주를 앞두고 있는 강동구 고덕동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 아파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단지 전용 59㎡형 전세 호가는 6억~7억 원 수준으로 분양가(6억5200만~6억6800만 원)을 뛰어넘었다.

통상 입주를 앞둔 아파트에선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치르기 위해 시세보다 저렴하게 전세를 내놓는다. 이 때문에 입주 아파트는 물론 주변 단지 전셋값도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게 일반적이다. 따라서 요즘 입주 아파트 전셋값 강세를 비정상적인 현상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고덕동 G공인 관계자는 "이 일대는 전세수요가 많은데 집주인 대부분이 실거주하고 있어 지난해부터 대규모 단지들이 줄줄이 입주했는데도 전세 물건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고덕 센트럴 푸르지오 전세 호가는 한 달 전 대비 1억 원 가량 올랐다.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서울 강남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집주인 실거주에 허위매물 단속, 임대차법 등으로 '매물 품귀' 심화

시장에선 이 같은 현상을 정부 규제의 역설 때문으로 분석한다. 최근 전세시장은 양도세 비과세 거주요건 2년을 충족하기 위해 집주인이 실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새 아파트가 들어서더라도 전세 물량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보유세 강화와 저금리 장기화 영향으로 전세의 월세 전환이 기사화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여당이 서민의 주거 안정을 이유로 임대차법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였지만, 이게 오히려 전세의 반전세(보증부월세) 및 월세로의 전환을 더 부추겨 전세 매물의 씨를 마르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세 수요를 흡수하고, 가격을 낮춰줄 입주 물량이 급격히 줄고 있는 점도 새 아파트 전셋값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부터 오는 12월까지 서울 입주 물량은 2만599가구로 지난해(2만2618가구)보다 8% 줄어든다.

특히 정부가 허위매물을 본격적으로 단속하면서 가격을 낮춘 미끼 매물과 중복 매물들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 통계에 따르면 이날 현재 서울에 나와 있는 아파트 전세 매물은 1만6065건이다. 일주일 전 2만7040건에서 40.6% 급감했다.

정부가 최근 허위매물을 강력히 단속하고 나서면서 시장에 중복매물이나 미끼매물 등이 사라진 영향이다. 허위매물 규제라는 긍정적인 효과 이면에 매물 품귀 심화로 인한 전세값 상승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법이 전세 초기 임대료를 제한하지 않아 입주 아파트 전셋값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며 "기존 전세시장도 허위매물 단속으로 물량이 줄어 세입자 입장에서는 집을 구하기 더 어려워지고, 가격 역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1일부터 달라지는 청약통장…월 납입인정액 상향, 나에게 유리할까? [이슈크래커]
  • "한국엔 안 들어온다고?"…Z세대가 해외서 사오는 화장품의 정체 [솔드아웃]
  • 전남 ‘폐교’ 844곳 가장 많아...서울도 예외 아냐 [문 닫는 학교 4000곳 육박]
  • 금리 인하에 저축 보험 '눈길'…美 대선에 달러 보험 뜬다
  • "성냥갑은 매력 없다"…정비사업 디자인·설계 차별화 박차 [평범한 건 NO, 특화설계 경쟁①]
  • 단독 '부정‧부패' 의혹 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 상위기관 중징계 처분 뭉갰다
  • "영웅 귀환은 빛났다"…페이커의 T1, '롤드컵' 통산 5회 우승 영광
  • 단독 “북한군 1차 전멸, 우크라이나 아닌 러시아 포격 탓”
  • 오늘의 상승종목

  • 11.04 09:01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5,892,000
    • -1.41%
    • 이더리움
    • 3,426,000
    • -2.03%
    • 비트코인 캐시
    • 474,000
    • -4.38%
    • 리플
    • 702
    • -1.96%
    • 솔라나
    • 226,500
    • -2.83%
    • 에이다
    • 465
    • -4.71%
    • 이오스
    • 581
    • -3.33%
    • 트론
    • 231
    • -0.86%
    • 스텔라루멘
    • 126
    • -3.08%
    • 비트코인에스브이
    • 65,750
    • -4.29%
    • 체인링크
    • 15,030
    • -4.27%
    • 샌드박스
    • 324
    • -3.5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