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이날까지 21대 총선 관련 여론조사는 총 851건에 달한다 . 올해 이후 등록된 것만 추려도 자그마치 557개에 달한다. 올해 들어 하루 평균 5.8건의 총선 여론조사가 쏟아졌다는 계산이 나온다.
신뢰성과 타당성을 갖춘 여론조사는 유권자 개인의 의사결정에도 도움을 주는 동시에, 후보자가 난립해 선거가 혼란해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기능도 있다. 문제는 ‘신뢰성과 타당성을 갖춰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선거철을 맞아 우후죽순 여론조사가 쏟아지지만 결과는 고무줄처럼 제각각인 상황이다. 조사마다 차이가 크다 보니 유권자들은 어느 조사 결과를 믿어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여론조사 자체의 신뢰성에도 금이 간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최근 2주간 등록된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상당한 편차가 나타난다. 4·15 총선의 최대 관심지로 꼽히는 서울 종로의 경우 MBN와 매일경제신문 의뢰로 알앤써치가 3월 23~25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57.2%,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가 33.8%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종로구 거주 만 18세 이상 530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3%포인트(P)). 비슷한 시기인 3월 23~24일 시사저널 의뢰로 모노커뮤니케이션즈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양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48.5%과 36.6%였다.(종로구 거주 만 18세 이상 522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3%P). 앞의 조사에서는 후보 간 격차가 23.4%P였던 반면 뒤의 조사에서는 후보 간 격차가 11.9%P에 불과하다. 무려 11.5%P의 차이가 있는 것. 광진을, 구로을 등 복수의 조사가 이뤄진 다른 선거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구의 경우 그나마 편차가 작은 편이다. 보다 다양한 변수가 개입되는 정당지지율 조사에서는 조사기관에 따른 결과 격차가 더욱 벌어진다. 경향신문 의뢰로 매트릭스리서치가 3월 27~28일 시행한 조사를 보면 민주당의 지지율은 46.4%, 통합당의 지지율은 22%로 양당 지지율 격차가 24.4%에 달한다(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그런데 같은 기간 시민일보 의뢰로 조원씨앤아이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민주당 34.5%, 통합당 31.4%로 양당 격차가 3.1%P에 불과하다(전국 만 18세 이상 1013명,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
각 정당의 신생·난립한 비례대표 선거용 정당 지지율 조사의 경우 편차가 더욱 심해진다. 심지어 3일 간격으로 같은 조사기관이 실시한 조사조차도 7%P 가까운 편차를 보이는 예도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기관마다 들쭉날쭉한 것은 조사 방법이나 표본 구성, 질문 방식 등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같은 질문이라도 문장이나 표현에 따라 응답자들의 태도가 크게 달라지곤 하는 데다, 평일인지 주말인지, 유선전화 비율이 어느 정도인지 등에도 결과가 영향을 받는다. 특히 자동응답시스템(ARS) 방식일 때와 상담원이 직접 묻는 방식일 때도 결과가 확연히 다를 수 있다. 통상 ARS 방식의 경우 중도층 응답률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영세 조사기관 등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ARS 방식을 보편화하면서 ‘강성 지지자’들의 여론이 과잉대표되는 한편 중도층의 표심은 제대로 잡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