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월가 출신의 억만장자 블룸버그는 이날 각종 금융규제를 강화하고, 금융거래 세금을 도입하는 내용의 공약을 내놨다. ‘중도온건’ 대표주자로 급부상한 데 이어, 좌파 성향 민주당 유권자들의 ‘표심 잡기’에 나선 것이다.
먼저 블룸버그는 ‘볼커룰(Volcker rule)’을 다시 손보겠다고 했다. 볼커룰은 미국 금융기관의 위험 투자와 대형화를 제한하는 금융기관 규제 방안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인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처음 도입됐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한층 완화했는데, 이를 다시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은행권 위험 관리를 담당하는 재무부 금융조사국의 예산도 늘리기로 했다. 주식과 채권 등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되는 0.1% 세율의 금융거래세도 도입할 방침이다. 이밖에 국책 모기지 은행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을 통합해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성명에서 “금융 시스템이 대부분의 미국인을 위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며 “증시는 사상 최고치이지만, 이익은 소수에게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중도 성향으로 알려진 블룸버그의 이 같은 ‘반전 공약’은 진보 측 목소리를 대변하던 경쟁자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따돌리는 한편,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으로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블룸버그가 자신의 뿌리 격인 월스트리트와 거리를 두면서 민주당의 풀뿌리 기반인 학생층과 소수자 진영을 대변하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블룸버그의 ‘파격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금융 전문 미디어그룹 블룸버그LP를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블룸버그LP는 블룸버그 전 시장이 1981년 자신의 이름을 따 설립한 세계적인 통신사 ‘블룸버그통신’의 모회사다. AP통신에 따르면 블룸버그의 선임 참모인 팀 오브라이언은 이날 “블룸버그가 대통령이 되면 블룸버그LP의 매각을 신탁회사에 백지 위임하고, 매각 대금을 블룸버그 자선재단에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등판을 앞두고 지지율 높이기에 한층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해 11월 출마를 선언한 블룸버그는 19일 첫 TV토론회를 앞두고 있다. 공식 레이스에 합류하는 시점은 14개 주가 한꺼번에 경선을 치르는 내달 3일 ‘슈퍼 화요일’부터다.
비록 다른 후보들보다 뒤늦게 경선에 뛰어들었지만, 최근 블룸버그의 몸값은 ‘급상승’ 중이다.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TV, 인터넷 광고 등을 통해 인지도 높이기에 주력하던 그는 ‘중도 대안’으로 떠오르게 됐다. 최근에는 링 위에 오르지 않았음에도 전국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라이징 스타’로 떠오른 만큼 오는 19일 데뷔전인 TV토론회에서 그는 적잖은 견제를 받을 예정이다. 특히 “돈으로 유권자의 표를 살 수 없다”며 목소리를 높여온 진보·개혁 성향 주자들로부터의 공격이 매서울 전망이다. 슈퍼 화요일을 앞두고 열리는 만큼 이번 TV토론회는 ‘블룸버그 돌풍’이 더 거세게 불지, 아니면 한낱 ‘미풍’에 그칠지를 가늠해주는 하나의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