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원은 2007년 ‘준시장형 공기업’으로 지정된 공공기관이다. 통계·정보 관리 업무와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질서 유지에 설립 목적을 둔다.
부동산으로 뒤숭숭한 요즘 감정원이 작성한 부동산 관련 분석·전망 보고서는 시장에서 많이 찾아야 한다. 민간업체 자료보다 객관적이고 정확성이 높다는 신뢰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연초 감정원이 내놓은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만 봐도 그렇다. 감정원은 올해 주택 매매가격은 0.9%, 전셋값은 0.4% 각각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부 지역의 집값이 많이 올라 조정대상지역을 추가로 지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요새 시장 흐름과는 동떨어진다.
전문가에게 감정원 통계를 언급하면 “감정원이니까”라는 대답이 되돌아온다.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이니 정부 입맛에 맞게끔 숫자를 내놔야 하지 않냐”는 얘기도 나온다.
감정원은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에게 기준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민간업체보다 신뢰도가 낮다면 감정원은 설립 목적조차 이행하지 못하는 꼴이 된다. 그 원인이 ‘정부의 입김’ 때문이라면 더더욱 문제다.
가격 흐름에 대한 민감도가 높은 부동산 시장을 조사·분석하는 감정원의 업무 행태에서 발생하는 불법·위법 사안은 지도·감독받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시장 흐름을 파악하는 조사·분석 업무만큼은 객관적이고 독립적이어야 한다.
“가격이 많이 오르는지, 떨어지는지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중요한 게 맞긴 맞는데…, 보고서를 최종적으로 공개하기 전에 상급기관을 거치긴 해야 합니다.” 감정원 내부에서도 이같은 얘기가 나와 감정원의 부동산 통계 자료가 과연 객관성과 독립성을 가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들게 한다.
감정원은 부동산 시장의 위험요소는 무엇인지, 시장이 과열될지 침체될지 경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시장 분석 자료만큼은 ‘보이지 않는 손’을 거치지 않고 독립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래야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통해 난무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감정원은 기준점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감정원 스스로도 “어쩔 수 없다”는 말로 면피하기보다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고민을 더 치열하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