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 중징계로 인한 지배구조 격랑 속에서 차기 우리은행장에 권광석 새마을금고 대표가 단독 후보에 올랐다. 우여곡절 끝에 손태승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았지만, 그가 가야 할 길은 만만치 않다. 당장 해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사태와 라임 펀드 환매중단, 비밀번호 무단변경 등으로 실추된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악화된 영업환경 안에서 새 수익원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잇딴 금융사고에 고객 외면…내부통제 강화 시급=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권 후보가 3월 주총을 통해 우리은행 수장에 오르면 내부통제 기준을 재정립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DLF 사태부터, 라임 펀드 환매 중단, 비밀번호 무단변경 등으로 고객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손 회장도 최근 임직원들에게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 성장이 가능한 리딩뱅크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런 맥락으로 우리은행은 기존의 소비자브랜드그룹을 금융소비자보호그룹과 홍보브랜드그룹으로 재편했다. 신설되는 금융소비자보호그룹은 은행장 직속의 독립 조직으로 운영된다.
권 후보는 손 회장과 호흡을 맞춰 금융당국의 '반격'에도 대비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은 문책 경고에도 손 회장이 연임 의지를 보이자, 비밀번호 무단 변경 사건을 최대한 빨리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리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DLF 사태와 똑같이 내부통제를 이유로 경영진에게 책임을 물을 공산이 크다. 여기에 라임 펀드 판매 불완전 판매 의혹 등을 이유로 종합검사까지 진행되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 관계자는 "주총 전에 비밀번호 무단변경 제재심 결과가 나오면 손 회장도 법률적으로는 버틸 근거가 있겠지만, 고객 신뢰 회복 차원에서는 고민이 클 것"이라며 "새 은행장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둔화ㆍ영업 규제 속 순이익 2조 방어 당면과제= 저금리ㆍ저성장 기조와 강화된 영업 규제 속에서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도 당면과제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올해 1조9080억 원의 순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전년 대비 2.47% 감소한 금액으로, 한 달 전 추정치(2조900억 원)보다 10% 가까이 하향조정됐다.
순이익 2조 원 전망이 깨진 것이다.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마진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순이자마진(NIM)은 1.37%에 머물렀다. 4대 은행 중 가장 낮다. 올해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취약기업의 부실리스크가 커진 것도 NIM을 압박하고 있다.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으로 활로를 모색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DLF 사태 이후 금융당국은 고위험 상품에 대한 은행 영업을 규제했다. 책임론이 일고 있는 우리은행으로서는 상품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기 부담스럽다.
이대기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영업이익보다는 리스크를 고려한 수익률 제고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며 "더불어 소비자 보호에 기반한 판매중심의 영업문화 정착으로 수수료 수익을 확대하고 향상된 서비스로 비이자수익을 얻는 수익성 제고형 경영전략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