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스민 전 국회의원(정의당 이주민인권특위 위원장)이 최근 사석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위원회 구성원들도 ‘우린 어떻게 되는 거냐’, ‘당에서 아무 말이 없다’고 물을 정도로 영문을 모르고 해체됐다는 후문이다.
당시 총선 등 1년 새 선거가 몰린 때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한 사람 손에서 벗어나니 관리가 안 된 셈이다. 정책 또한 정체됐다.
다문화 현장에선 “한국 정치는 지난 몇 년간 이주민 문제를 이자스민 전 의원 한 명에 다 떠넘겼다”는 토로가 나온다. 이 전 의원 역시 “한 발짝 더 나아가지도, 물러서지도 않은 수준”이라고 평했다. 20대 국회와 한국 정치는 뭘 했나.
그 사이 이주민의 수는 농민 숫자를 넘어섰다. 국내 체류 중인 이주민(결혼이주여성, 이주아동, 이주노동자 등)은 10년 새 125만 명 늘어난 242만 명을 기록했다. 불법체류자인 미등록자까지 포함하면 300만 명이다.
반면 지난해 농가 인구는 231만 명으로 10년 전인 2008년(318만 명)과 비교해 27.4% 감소했다.
우리 사회는 여러 인종이나 문화, 민족이 융합한 사회, 즉 멜팅포트로 진입 중이다. 절대적 숫자로 소수는 아닐지라도, 엄연한 마이너리티다.
경북 영천의 인력 업체가 외국인 노동자에게 2년 동안 임금 대신 가짜 쿠폰을 줬다는 낯짝 두꺼운 일은 현재진행중이다. 이런 부끄러운 최근 보도를 구태여 떠올리지 않아도, 카레이스키(고려인), 자이니치(재일 조선인) 등 스러져간 이들이 있다. 한반도인 역시 디아스포라(Diaspora, 특정 민족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사는 것)를 겪었다.
어제의 약자가 오늘의 약탈자로 되지 않으려면 혐오부터 벗어야 한다. 시대를 앞선 천재라며 최근 재조명 중인 가수 양준일이 30년 전 자신에게 던지는 위로의 말을 이자스민 전 의원에게 건네고 싶다.
“네 뜻대로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내가 알아. 하지만 걱정하지 마. 모든 것은 완벽하게 이뤄지게 될 수밖에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