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전 미래에셋대우 대표이사)는 2004년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 시절 발간한 책 ‘디플레이션 속으로’에서 이같이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이어 “1929년 대공황은 케인즈 경제학으로 탈출한 것이 아니라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한 생산력의 파괴와 군수물자 조달에 따른 신규 수요 창출로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17일 한국은행은 물가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올 들어 두 번째 설명회로 지난해 말 물가안정목표 재설정을 계기로 연 2회씩 정례적으로 물가상황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의사소통)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다. 이번 물가설명회는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을 전망이다. 최근 경제 전반적으로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인 디플레이션(deflation)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물가 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 지표들은 일제히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우선, 우리 경제의 총체적 물가지표를 의미하는 GDP 디플레이터는 사상 처음으로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전년 동월 대비 -0.4%를 기록해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뒷걸음쳤다. 체감물가와 유사하다는 개인소비지출(PCE) 디플레이터 또한 3분기(7~9월) 중 0.2% 상승에 머물러 1986년 4분기(-0.3%) 이후 32년 9개월 만에 최저치를 보였다. 홍 대표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한번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마땅한 해법이 없다는 게 정설이다. 때문에 한은법 제1조 목적조항에 ‘물가안정’을 제1 멘데이트(mandate·책무)로 정한 한은으로서는 한은 존재 이유를 걸고서라도 이에 대응해야 한다.
다만, 이번 설명회 역시 맹탕일 가능성이 높다. 우선 최근 물가하락세와 관련해 한은은 지난해 농축수산물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로 치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주열 총재는 “전년의 농축수산물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로 9월 중 -0.4%를 기록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 중에는 마이너스에서 벗어났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2016년 7월과 10월 물가설명회에서도 낮은 물가 이유로 전기료 누진제의 한시적 완화와 국제유가 하락을 꼽았었다. 이후 한은은 정부 복지정책 등 관리물가라는 개념을 공개하면서 저물가에 대한 책임을 피해갔다.
또, 물가안정 목표는 인플레이션 시대에나 합당한 목표일 수 있다. 즉, 물가상승 압력이 높을 때 금리인상을 통해 이를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디플레이션이 우려되는 시대에 제로금리까지 기준금리를 인하한다고 물가가 오른다는 보장은 없다.
이에 따라 전통 경제학이 아닌 새로운 방안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금리를 인상해야 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네오피셔리즘(Neo-Fisherism) 이론은 새로운 대안 중 하나일 수 있다. 2010년 나라야나 코첼라코타 미국 미니애폴리스 연은 총재 연설이 기원이 됐고, 2016년 스티븐 윌리엄슨 이코노미스트가 미 세인트루이스 연은 홈페이지에 보고서를 공개하면서 체계화되기 시작한 네오피셔리즘은 ‘2018 BOK 국제 콘퍼런스’ 첫 번째 주제로 채택되는 등 한은에서도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다만, 그뿐 그 이후 진전된 논의는 없었다. 반면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가 9일 하나금융경영연구소 하나금융브리프 논단에 ‘저금리-저물가 함정과 네오-피셔리언’ 제목의 기고문을 싣는 등 민간연구는 지금도 활발하다.
끝으로, 이번 설명회가 한은의 말처럼 커뮤니케이션 강화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물가안정목표 재설정 직전 설명방식은 CPI 상승률이 6개월 연속 물가목표인 2%를 ±0.5%포인트 초과 이탈할 경우와, 또 그 이후에도 이탈 상황이 지속되면 3개월마다 대국민 설명을 하기로 돼 있었다.
이 같은 설명 방식이라면 이주열 총재는 올해 총 세 번 대국민설명회를 해야 했다. 한은의 물가전망치가 내년 1.0%, 2021년 1.3%라는 점에서 내년과 내후년엔 매년 총 4번씩 물가설명회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제도개편 당시 이 총재가 공개석상에서 물가설명회를 자주 하게 되는 상황을 막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현실화한 것이다. kimnh21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