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마트는 지난해 8월 무려 160억 달러(약 19조 원)를 들여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플립카트를 인수하자마자 악재에 부딪히게 됐다. 인도 정부가 갑자기 전자상거래 관련 규정을 변경한 것이다. 외국 자본이 소유한 온라인 소매업체들은 공급망 수정이나 파격 할인 행사 중단을 요구받게 됐다. 반면 이런 규정은 인도 기업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들과 인도시장을 모니터링 하는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도는 1년 전부터 미국 IT 기업에 대한 장벽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이는 사업구조나 인도 고객으로부터 수집한 데이터 취급 방법에 대한 특별한 요구 사항을 부과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이런 장벽은 이미 중국에서 목격된 것이다. 중국은 자국 IT 대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그룹홀딩과 세계 최대 게임업체이자 각종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텐센트홀딩스, 동영상 공유 앱 ‘틱톡’으로 유명한 바이트댄스 등이 바로 그 결과다.
인도도 이런 중국을 본받아 국내 기업 보호를 목표로 하는 자세를 강화하고 있다. 월마트 이외 표적이 된 곳이 아마존닷컴과 알파벳 산하 구글, 페이스북, 페이스북의 메신저 앱 ‘왓츠앱’ 등이다.
인도 당국은 자신들의 규제 목적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중심으로 한 영세상인 보호, 사용자 데이터 안전성 확보, 인도 토착 IT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여지 확보 등을 들고 있다.
서구 IT 기업 경영진들은 인도 경영환경 예측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며 보호주의 성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영국 부총리를 역임했으며 현재 페이스북 부사장인 닉 클레그는 지난 9월 뉴델리에서 한 인도 싱크탱크가 개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 내에서 중국 모델을 눈여겨보고 자신들도 보호주의적인 방법으로 접근하면 그들과 같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인도는 중국 모델을 거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아마존 대변인은 “인도 법인 정책 담당자들과 협력하고 있다”며 “인도 지도자들이 미래를 어떻게 그려갈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글 대변인은 “세계 각국 정부는 시민 이익 보호와 혁신 촉진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월마트는 인도 이슈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인도 정부는 자국 정책이 외국 기업에 대해 장벽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으며 단지 지역 기업을 육성하고 국내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인도가 장벽 구축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줄리언 게이츠 하버드대 정치학자는 “인도가 중국으로부터 얻은 교훈은 보호주의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중국에서 기업공개(IPO)를 실시한 거대 기업들이 보호주의와 국가 지원을 바탕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목격했다. 이는 반박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인도 정부의 고압적인 자세와 규제 강화에도 외국 기업들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곳이 인도시장이다. 인도는 인터넷 검색이나 쇼핑을 하거나 전자결제를 한 적이 없는 소비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곳이다. 인도 통신규제청(TRAI)에 따르면 현재 인터넷 이용자는 6억6500만 명이다. 즉, 6억8500만 명은 여전히 인터넷에 연결돼 있지 않다는 의미다. 포레스터리서치는 인도 전자상거래 거래액이 지난해의 269억 달러에서 오는 2022년에는 684억 달러로 두 배 이상 팽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