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위원장의 시설 철거 발언은 현대그룹이 지난해 4월말 판문점 선언 이후 현정은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남북경협 테스크포스팀(TFT)’를 본격 가동하며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힘써 온 노력에 찬 물을 끼얹었다.
설상가상으로 지금까지 누전된 설비투자 비용과 2008년 7월 박왕자씨 피살사건으로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11년동안 발생한 어마어마한 매출 손실을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대아산이 1999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금강산 관광 시설에 투자한 금액은 시설투자 약 2300억 원, 토지임대 및 개발사업권에 5400억 원 등 약 7800억 원에 달한다.
금강산 시설에는 해금강 호텔, 금강산 병원, 금강산 옥류관, 금강빌리지, 사무실 등이 있다.
하지만 금강산 관광이 중단된 이후 2010년 4월, 북한측은 현대아산과 한국관광공사 소유의 관광시설을 동결·몰수한 상태다.
다만, 시설 소유권 문제는 오히려 남북간의 관계 개선 여부에 따라 언제든지 유동적일 수 있다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 지난해 2회에 걸쳐 이뤄진 이산가족 상봉은 물론 금강산 관광 20주년 남북공동 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됐으며, 관련자들은 모두 금강산 시설을 아무 조건없이 자유롭게 이용했다.
다만, 2008년 이후 11년 가량 사용하지 않은 시설물들은 전면적인 개보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오랜기간 누적된 감가상각액도 수백억 원에 달한다.
게다가 10년 이상 영업을 하지 못해 쌓인 손실도 막대하다. 현대아산이 입은 매출 손실은 1조 6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지난 6월 말 기준 부채비율은 670%로 10여 년 전보다 5배 가량 높아졌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번 사태만으로 미래를 비관하기에는 금강산 관광이 남북관계의 상징으로 수십년간 이어져 온 점을 간과할 수 없다"면서 "남북 관계 개선 여부가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