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형의 통계로 경제 읽기] 보이는 것과 읽어내는 것

입력 2019-10-11 05:00 수정 2019-10-13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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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박사,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위원

통계란 사물의 수를 세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사는 사람 수를 세는 것, 기업 수를 세는 것, 우리나라가 일 년 동안 창출한 총부가가치를 세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고용, 물가, 환경, 보건 등 우리 사회의 모든 현상을 숫자로 세어 나타내는 것, 그것이 바로 통계이다.

통계는 모든 사회현상이나 자연현상을 숫자라는 계량적 단위로 표시해준다. 그러므로 통계는 사회나 자연현상을 가장 객관적으로 보여주고, 그런 이유에서 통계는 현실파악(fact finding)에 유력한 수단이 된다. 어떤 경제, 사회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은 현실을 정확히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일이다. 현실의 문제를 정확히 파악함으로써 그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란 사람과 상품이 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움직이고, 또 이들을 둘러싼 여러 주체와 요소들이 상호작용을 하는 분야이다. 노동의 수와 가치, 자본의 양과 가치라는 사회적 조건에 의해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가 생산되고, 이들이 또 돈이라는 매개체를 통하여 상호 작용한다. 그러므로 경제현상은 많은 부분이 숫자로 표시될 수 있으며, 이러한 점에서 경제 현실를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있어서 통계는 가장 유력한 수단이 된다.

통계가 경제현상을 숫자라는 객관적인 척도로 보여준다면, 통계를 통해 경제현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모두 일치될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동일한 숫자를 두고도 관찰하는 측면에 따라, 그리고 문제인식에 따라 현실에 대해 얼마든지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한 마리 코끼리를 두고 만지는 사람마다 다른 코끼리를 상상하는 것처럼, 하나의 경제현상에 대한 통계를 두고도 사람마다 다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즉, 통계의 해석에 따라 통계는 사람들에게 다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동일한 통계로 만든 아래 두 그래프를 보자. ①은 2000~2018년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을 나타낸 그림이다. 이 그래프를 보고는 “2018년은 단군 할아버지가 하늘을 연 이래 근 5000년 동안 우리나라가 가장 부자였던 한 해였다”라고 말할 수 있다. ②는 같은 기간의 GDP 성장률을 표시한 그림이다. 이 그래프를 보고는 “2018년은 2000년 이후 경제성장률이 3번째로 낮은 실로 고통스런 한 해였다”라고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동일한 경제현상, 동일한 통계를 가지고도 관찰하는 각도에 따라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른 판단을 내릴 수도 있는 것이다.

국가경제는 수많은 부문과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경제 규모 및 경제성장, 산업생산, 금융·통화, 고용, 물가, 수출입 및 국제수지 등 국민경제를 구성하는 부문과 분야는 셀 수 없이 많다. 국민경제가 이렇게 많은 부문과 분야에 의해 구성되는 만큼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어떻든 좋은 부분이 있는 반면 나쁜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예를 들면 고도성장이 계속될 때는 물가나 부동산 가격이 문제였고, 물가가 잡히면 또 실업자가 늘어난다. 어떤 국면에서는 소득 불균형이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기도 하고, 또 어떨 때에는 영세사업자의 어려움이 사회문제로 등장한다.

그런 만큼 우리가 경제를 진단할 때는 균형 잡인 시각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 국민경제 전체의 움직임과 그리고 우리 경제를 구성하는 각 세부 부문의 과제를 경중과 완급을 따져 판단하고 그런 연후에 적절한 대응책을 강구하는 자세가 바람직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경제 각 부문이 안고 있는 과제를 객관적으로, 그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포착하여 현실의 문제와 그것이 초래된 원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며, 통계는 이것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척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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