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또다시 우리 경제의 전반적인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8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9월호를 통해서다. 6개월째 “경기가 부진하다”는 평가로, 대내외 수요위축을 이유로 들었다.
산업생산과 제조업 재고 지표와, 소비, 수출, 투자 모두 나빴다. 7월 산업생산이 0.5% 증가했지만 조업일수가 하루 늘어난 영향이다. 제조업 재고율은 115.2%의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소매판매액은 1년 전보다 0.3% 줄고, 설비투자도 4.7% 감소했다. 특히 수출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13.6%나 쪼그라들었다. 당분간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경제가 갈수록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날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9%로 하향조정했다. 7월의 2.2%에서 0.3%포인트(p) 낮춘 것이다. 현대경제연구원도 기존 전망치(2.5%)보다 0.4%p 내린 2.1%를 올해 성장률로 제시했다. 이들 연구기관들은 수출이 급감하는 가운데 투자와 소비가 갈수록 둔화하면서 성장흐름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해외 투자은행(IB)들이 잇따라 1%대 성장률을 점치고 있다. 정부 목표인 2.4∼2.5%, 한국은행 전망치인 2.2% 달성은 멀어지고 있다.
경제 하방위험만 커지고 있다. 수출이 가장 엉망이다. 수출은 작년 12월부터 8월까지 9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미·중 무역전쟁 격화와 글로벌 경기둔화, 주요 수출품목의 경쟁력 상실 등 교역조건 악화에, 일본의 수출규제로 불확실성만 증폭되고 있다. 투자와 소비도 뒷걸음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해도 민간부문이 반응하지 않는다. 경제활력이 살아나지 못하고 침체가 장기화하는 이유다. 2분기 투자와 소비의 정부부문(소비·투자)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7.9%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3분기(10.3%) 이래 가장 높았지만, 민간부문은 0.4%에 그쳤다.
수출 악재는 중첩되고, 기업투자와 가계의 소비심리가 가라앉으면서 물가상승률도 0%대다. 올 들어 8월까지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에 불과했다.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더 이상의 경기추락을 막아야 한다. 재정과 통화정책을 비롯해, 산업·노동 정책의 최우선 목표를 경제활력 제고와 디플레 가능성 차단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디플레에 빠져들면 경제 전체가 무기력해지고 정책이 먹히지 않으면서 장기불황을 피하기 어렵다. 경기진작을 위한 비상한 경제운용이 시급하다. 국회 또한 산적한 경제활성화, 규제개혁 입법 과제들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 그런데도 국회는 온통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만 파묻혀 있다. 경제위기는 안중에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