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제정책이 아일랜드, 독일 등 재정위기를 극복한 유럽의 국가들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9일 “대내외 경제여건이 계속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재정위기를 극복한 국가의 사례를 통해 국내 경제정책 방향을 재점검할 필요성이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먼저 아일랜드는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은 피그스(PIIGS) 국가 중 적극적인 외자 유치를 통해 가장 먼저 재정위기를 극복한 나라다.
아일랜드의 비결은 낮은 법인세와 노동비용을 통해 해외직접투자를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은 데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일랜드는 2015년 2158억 달러의 해외직접투자에 힘입어 무려 2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의 해외직접투자 유입액인 31억 달러와 비교했을 때 70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아일랜드의 법인세는 12.5%로, 한국의 절반 정도다. 한국 법인세 최고세율은 2018년 인상돼 OECD 36개국 중 일곱 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아일랜드의 낮은 노동비용 또한 해외기업을 유인한 주된 요소로 꼽힌다. 지난 5년간 아일랜드 평균 연 소득의 연평균 성장률은 1.6%에 불과하다.
아일랜드의 단위노동비용은 2010년 대비 감소한 75% 수준으로 노동비용이 오히려 줄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기간 단위노동비용이 8% 증가한 한국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독일의 경우 유럽 재정위기 이전부터 시행한 하르츠 개혁이 뒷받침돼 유럽 재정위기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고, 오히려 지속해서 실업률이 감소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특히 1990년 통독 후 역대 최저 실업률인 3.4%를 기록한 독일은 현재 매년 실업자 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큰 국가다.
독일은 2003에서 2005년까지 2년에 걸쳐 하르츠 개혁을 시행했다. 이를 통해 미니잡 등 다양한 형태의 일자리를 허용, 기업이 경제 상황에 맞게 고용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마이너스 경제성장을 기록한 와중에도 실업률은 지속해서 하락하는 등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성공적으로 확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재정위기 이후 유로존의 실업률은 11.9%까지 올랐지만, 같은 해 독일의 실업률은 5.2%로 절반 수준이었다.
지난해 독일의 실업률은 3.4%로 유로존 내 최저였다. 불과 10여 년 전 독일의 실업이 11.2%였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다.
작년 한국의 실업률은 3.8%로 독일과 비슷하지만, 고용률에서는 독일과 약 10%포인트 차이가 났다. 고용률은 실업률 통계에서 제외되는 비경제활동인구를 포함해 계산하는 경제지표로 실업률의 과소추정 문제를 해결해준다.
엄치성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법인세 인상, 노동시장의 경직화, 2년 연속 최저임금 두 자릿수 인상으로 인한 노동비용 증가 등의 추이는 유로존 위기를 잘 극복한 국가들과는 반대 방향의 움직임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갈수록 대내외 경영환경이 악화돼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9%대로 전망되는 가운데 우리나라 경제정책의 방향성에 대해 진지한 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