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문화여유부(문화관광부)는 31일 최근 양안 관계를 고려해 자국 내 47개 도시에 호적을 둔 주민들의 대만으로의 개인 여행을 8월 1일부터 중지시키기로 했다고 발표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일 보도했다. 이런 조치는 당국으로부터 추가 통보가 있을 때까지 계속된다.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자극, 독립 성향의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이에 적극 호응하면서 중국 대만, 양안 관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시진핑 중국 정부는 대만 경제에 일조하고 있는 자국인의 대만 여행을 금지함으로써 차이잉원 정권에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중국에서 대만으로의 개인 여행은 2011년에 해금됐다. 지난해 대만을 방문한 중국인은 107만 명에 달한다. 이는 단체 여행이나 비즈니스 방문 등을 포함한 중국에서의 여행 전체의 40%를 차지한다. 올 상반기에는 총 63만3000명, 연간 13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 여행 중단이 장기화하면 대만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된다. SCMP는 중국 정부의 대만 개인 여행 금지 조치로 향후 6개월 간 70만 명의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며, 1인당 4만 대만달러를 소비한다고 가정했을 때 280억 대만달러(1조676억 원)의 관광수입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중국 당국이 여행사에 지시해 대만 관광을 제한한 사례는 있지만, 이번처럼 공개적으로 개인 여행을 제한하는 건 극히 이례적이라는 지적이다.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두고 차이잉원 총통이 재선을 목표로 하는 가운데, 중국인 여행객들이 대만에 가서 대선 후보들의 중국 정부 비판 등에 영향을 받지 않게 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만에서 대중국 정책을 담당하는 대륙위원회는 31일 “중국과 대만의 정상적인 관광 교류가 정치적 요인에 의해 방해되었다”고 중국 측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이 우리 측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합의를 파기했다”고 주장했다.
대만 정부도 중국의 조치에 즉각 성명을 냈다. 린차이렁 대만 교통장관은 31일 페이스북에 “관광 진흥을 위해 4분기에 36억 대만달러를 추가로 지출할 것”이라며 “단체 및 개인 관광객을 위한 우대 세부사항을 곧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만 관광 관련 부처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만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는 269만 명으로, 차이잉원이 총통에 취임하기 전인 2015년에 비해 35%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