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 아베 일본 총리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다보스회의에서 국경을 넘는 데이터 유통에 관한 국제 룰을 제정하는 ‘오사카 트랙’을 제창하면서 G20 정상회의에서 본격적으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일본이 이러한 오사카 트랙을 제창한 배경에는 데이터를 국제 간에 보다 자유롭게 유통시키는 것이 세계 경제 전체에 플러스가 될뿐더러 무역자유화 추진과 공통되는 사항이란 판단이 깔려 있다. 그러나 한꺼풀 벗기면 데이터 유통 분야에서 미국·유럽·일본이 힘을 합쳐서 중국을 견제하려는 노림수가 들어 있다. 이른바 중국의 디지털 보호주의, 데이터 로컬라이제이션을 겨냥한 대항책이다.
중국 정부는 사이버 시큐리티법 아래 중국 내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이 얻은 고객정보 등을 국외로 갖고 나가는 것을 금지하고, 프로그램의 설계도에 들어가는 소스코드의 개시(開示)를 요구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의 정보를 중국 정부가 부당하게 탈취하기 위한 것이라고 비판해 왔다.
오사카 트랙은 타국으로부터 중국으로의 데이터 이전에 제동을 걸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중국 정부가 해외에서 활동하는 중국 기업을 통해 타국으로부터 중요한 기술을 부당하게 탈취하고 있다고 미국은 분석한다. 새로운 국제 룰을 만들어 중요한 데이터가 중국에 유통되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은 자국을 봉쇄하기 위한 이러한 데이터 유통 국제 룰 제정에 쉽게 합의하지 않을 게 뻔하다. 결국 총론 찬성, 각론 반대의 상황이 계속되어 국제 룰 제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자본주의에서 데이터 자본주의로 이행할 때 생기는 폐해를 막겠다고 일본이 선두에 나선 것이다. 데이터 자본주의로의 이행은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중심 엔진이 금융으로부터 데이터로 옮겨 간다는 것을 뜻한다. 제한 없이 축적된 디지털 데이터가 사람과 기업을 수치화해 기업이나 개인이 이를 원할 때 적정 가격에 제공한다. 이런 환경에서 디지털 데이터를 쥐고 있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GAFA)과 같은 미국의 거대 플랫포머, 텐센트와 알리바바 등 중국의 거대 플랫포머들이 세계 자본시장을 석권하게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GAFA를 주축으로 한 거대 IT기업 대책에 착수해 4월 말 최종 보고서를 내놓았다. 다시 말해 거대 IT기업 규제의 방향성을 정한 것이다. 그 내용은 우선 공정거래위원회가 데이터 독점을 감시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개인 데이터의 부당한 취득을 못하도록 거대 IT기업에 독점금지법을 적용하고, 기업 매수 등에 있어서도 데이터 독점이 되지 않도록 견제한다는 내용이다. 두 번째로 개인정보 보호다. 거대 IT기업들은 공짜로 지도와 검색 서비스, 각종 어플리케이션과 메일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본인의 연령, 성별, 취미, 행동규범과 생활패턴 등의 정보를 취득해 왔다. 그 개인정보의 무제한 이용을 개인정보보호법 개정과 광고 등에 이용 시 ‘정지권(停止權)’ 신설 등으로 규제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로 과세 룰의 개정이다. 거대 IT기업은 네트워크를 이용하여 국경을 넘어 사업을 전개한다. 이 때문에 지점과 공장 등의 ‘거점’에 과세하는 현행 룰로는 대응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납세지를 자유롭게 선택하여 ‘세금 도피’를 허락해 준 셈이었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일본이 제시한 오사카 트랙은 이제 세계 경제가 디지털 경제 시대로 접어면서 제4차 산업혁명의 원동력인 데이터의 주도권을 둘러싼 세계 각국의 경쟁이 격화하고 있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글로벌 환경을 염두에 두고 한국도 디지털 경제의 청사진과 실행 전략을 꼼꼼히 점검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