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잉의 매출과 순이익, 더 나아가 명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생존자를 남기지 않은 두 번의 연속적인 추락으로 위험에 처해 있다고 11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저가항공사(LCC) 라이온에어 소속 여객기가 추락하고 나서 전날 에티오피아에서도 유사한 사고가 터지자 일각에서는 보잉의 베스트셀러인 737맥스8 기종이 더는 안전하게 하늘을 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제기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이날 앞 다퉈 보잉 주식을 매각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보잉 주가는 장 초반 12%까지 폭락해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300억 달러(약 34조 원) 증발했다. 이에 보잉은 2001년 9·11 테러 여파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다만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보잉 737맥스8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 기종”이라는 공지사항을 발표하면서 불안이 다소 진정됐다. 여전히 보잉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3% 급락한 400.01달러로 마감했다.
추락 사고를 당한 인도네시아와 에티오피아는 물론 중국 항공당국이 자국 항공사들에 문제의 737맥스8 기종 운항 중단을 지시했으나 서구권 항공사 대부분은 운항을 지속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에티오피아 여객기 추락이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에서의 사고처럼 새로 설치된 안전장치인 ‘조종특성향상시스템(MCAS)’ 문제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속단하기는 이르다며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FT는 737맥스8의 사고가 지난 2013년 보잉의 최신 여객기 787드림라이너 운항 정지 악몽을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6년 전 787드림라이너가 취항하자마자 리튬이온배터리 결함으로 곳곳에서 기능 고장을 일으키거나 비상 착륙하면서 FAA는 운항 중단을 지시했다. 이후 보잉이 설계를 전면 수정하고 당국의 허가를 받기까지 4개월간 드림라이너는 하늘을 날 수 없었다. 다만 당시 보잉 주가는 일시적으로 급락했지만 2013년 전체로는 81% 상승해 S&P500지수를 웃도는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에 WSJ는 737맥스8 추락으로 보잉이 받는 타격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보잉이 높은 비용의 정밀 검사와 기체 설계 변경, 운항 중단에 따른 항공사들의 손해배상 청구, 주문 취소에 이르기까지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종을 울렸다.
컨설팅 업체 틸그룹의 리처드 아불라피아 항공산업 애널리스트는 “현재는 에티오피아 추락 사고와 관련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어서 모든 사안이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다”며 “운항 중단은 비싼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 나쁜 일이 일어나면 값비싼 대가를 초래하기 때문에 대기업만이 제트기 제조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 중단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모든 일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보잉은 자금이 풍부해 견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국과 인도네시아가 운항 중단을 결정하면서 보잉은 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 두 곳에서 737 기종이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 중국 항공사들은 100대 이상의 737맥스 시리즈를 주문한 상태이며 올해 1월까지 보잉이 고객사에 인도한 350대 중 17%가 중국에 납품됐다. 만일 중국이 주문을 취소하면 보잉이 받는 타격은 막대할 수밖에 없다.
인도네시아도 라이온에어가 201대를 주문했으며 그 중 14대는 이미 운항 중에 있다. 가루다인도네시아는 지금까지 한 대의 737맥스를 받았으나 추가로 49대를 주문한 상태다.
우리나라의 대한항공과 제주항공도 737맥스 기종이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