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재판장 윤종섭 부장판사)는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임 전 차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임 전 차장은 지난해 11월 기소된 이후 이날 처음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임 전 차장은 “검찰이 단정하듯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 거래와 재판 관여라는 터무니없는 사법 적폐의 온상으로 치부돼서는 안 된다”며 “사법부에서 사법 행정을 담당했던 모든 법관을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그들에 대해 사법부 발전을 위해 헌신한 의미가 있었다고 이해해주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국가기관과의 관계에 있어서 사법부가 마주한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실제 현장에서 기획재정부, 법무부, 외교부, 검찰 등 국가기관과의 관계 설정이 단순하거나 녹록지 않다”며 “재판 독립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가치이지만, 사법부 독립이라고 해서 국가기관과 관계를 단절하며 유아독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를 위해 (국가기관과) 원만한 관계를 설정하고 상호간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역할을 법원행정처가 담당할 수밖에 없다”며 “사법부가 정치권력과 유착하는 것과 일정 관계를 설정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로, 검찰이 주장하듯 사법부가 재판거래를 통해 정치권력과 유착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가공의 프레임”이라고 주장했다. 국가기관 및 정치권력과 관계를 맺어왔을 뿐 재판거래를 통한 유착은 아니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임 전 차장은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행정처 차장 등으로 근무하며 양승태 사법부의 사법 행정권 남용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혐의로 지난해 구속 기소됐다. 아울러 청와대와 외교부를 드나들며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소송을 조율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임 전 차장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추진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재판 거래 의혹 문건을 작성하거나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올 1월엔 전ㆍ현직 국회의원들에게서 재판 민원을 받고 판사들에게 부당한 지시를 한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됐다. 또 지난달 양 전 대법원장 등이 재판에 넘겨질 때 특정 법관을 사찰하고 인사 불이익을 주기 위해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작성ㆍ실행했다는 혐의로 3차 기소됐다.
3차 기소 사건은 양 전 대법원장 등 사건과 함께 형사35부에 배당됐지만, 법원은 임 전 차장 사건만 분리해 기존 사건이 있던 36부 사건에 병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