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5일은 음력 정월 초하루, 설날이다. 광복 후, 서기를 연호로 사용하면서 설도 양력으로 쇠어 양력 1월 1일부터 3일 동안을 ‘신정(新正)’이라는 이름의 공휴일로 삼았으나 국민들 대부분은 여전히 음력설을 쇠었다. 박정희 정권 때에는 불합리한 ‘이중과세(二重過歲:이중으로 새해를 맞음)’라는 명분으로 음력설을 쇠지 못하도록 규제함으로써 설날을 공휴일에서 완전히 배제했다. 그러나 여전히 음력설을 쇠는 사람이 많자, 1986년 전두환 정부는 ‘민속의 날’이라는 궁색한 이름을 붙여 하루를 쉬는 조치를 하였다. 그러다가 1989년에야 설날을 회복하여 다시 민족의 명절인 설을 쇠게 되었다.
음력은 1년을 3개월씩 나누어 4계절을 삼는다. 1월부터 3월까지가 봄이다. 그러므로 설날은 1년의 시작임과 동시에 봄이 시작되는 날이다. 금년의 경우 음력 12월 30일, 즉 섣달그믐이 ‘봄이 들어선다’는 입춘(立春)이다. 이런 까닭에 중국에서는 설날을 ‘춘절(春節:봄 절기)’이라고 한다. 중국어 발음으로는 [춘지에]라고 읽는다.
이날을 전후하여 중국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고향을 찾아가므로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난다. 춘절 당일을 포함하여 5일 동안 공식적으로 휴무이다. 전후의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합치면 사실상 10일 정도가 연휴이다. 이 연휴를 이용하여 많은 사람들이 해외관광에 나서기도 한다. 이때 우리나라를 찾는 중국 관광객을 우리나라에서는 ‘춘지에 유커’라고 부른다. ‘춘절(春節)’의 중국어 발음이 ‘춘지에’이고, 유커는 ‘遊客(놀 유, 손님 객)’의 중국어 발음이니 이는 곧 관광객이라는 뜻이다.
‘춘절 관광객’이라고 하면 될 것을 괜히 우리식 한자 발음을 깡그리 없애고 그 뜻을 전혀 알아볼 수 없는 중국어 발음 ‘소리’만 적어서 ‘춘지에 유커’라고 하고 있으니 참 답답한 노릇이다. 신사대주의에 빠져 중국어 발음을 흉내 내려고 하지 말고 우리 고유의 한자음을 사용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