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의 최고급 모델 G90(지 나인티)가 출시를 앞둔 가운데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회사 측이 "신차급 변화"를 강조한 만큼 신차 효과가 어느 정도 지속될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출시(27일)를 앞둔 제네시스의 ‘플래그십(Flagship)’ 모델 G90의 시장 반응에 다양한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제네시스 최고급 모델"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뚜렷한 만큼, 초기 판매가 향후 제네시스의 방향성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G90의 전신인 EQ900은 이례적인 판매 기록을 세운 바 있다. 2015년말 데뷔한 EQ900은 연평균 5000대 수준이었던 에쿠스 판매를 단박에 4배 이상 끌어올렸다. 본격적인 판매 원년인 2016년에 무려 2만3000여 대가 팔리며 “이례적이고 성공적인 시장 안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신차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6년 2만3328대였던 EQ900 판매는 이듬해 절반 수준인 1만2300여 대까지 급감했다. 올해는 10월까지 6434대를 판매하는데 그쳐 사실상 신차효과는 증발한 셈이다. G90 출시를 앞두고 대기수요가 늘어난 점을 감안해도 감소세가 너무 컸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같은 기간 수입 고급차는 꾸준히 팔렸다.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2015년 '풀모델체인지(W222)'가 등장하면서 연간 국내판매 1만 대를 처음으로 돌파했다. 이듬해 6900여 대로 판매량이 줄었지만 이후에도 6700대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도 10월까지 6400여 대가 팔리며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차효과가 감소했으되 상대적으로 그 폭은 크지 않았고, 판매 역시 꾸준했다는 의미다.
BMW 최고급 모델 7시리즈 역시 마찬가지. 모델변경 시점인 2016년 한 해 3300여 대가 팔렸고 2017년에도 큰 차이 없이 이 수준을 유지했다. 이른바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다만 올들어 10월까지 누적 판매(1950대)는 지난해 보다 줄었다. 잇따른 화재사고와 리콜 탓에 브랜드에 대한 저항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리콜 파문이 아니었다면 7시리즈 역시 전년 수준의 판매를 기록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결국 이 시점에서 "국산 고급차의 신차효과는 짧고, 수입차는 상대적으로 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브랜드 파워가 강한 독일 고급차는 고객의 추종성이 뚜렷하고, 어느 시장(국가)에서나 고정적인 수요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제네시스가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전략부터 차별화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컨대 일본 토요타의 렉서스(Lexus)나 닛산의 인피니티(Infiniti) 등은 독일 고급차와 정면 대결을 피하고 있다. 대신 이들의 아랫급, 즉 ‘니어 럭셔리’ 시장을 파고들며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이들이 북미시장에서 벤츠와 BMW 바로 아랫급에 '판매가격'을 책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동희 자동차칼럼니스트는 이런 현상과 관련해 “EQ900은 아랫급 G80과 차별화하기 어려운 디자인 탓에 차가 쉽게 익숙해졌고, 플래그십으로서 카리스마(신차 효과)가 일찍 떨어진 게 사실”이라며 “부분변경 모델이 디자인을 크게 바꾼 만큼 내년 판매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상원 흥국증권 연구원 역시 EQ900 신차효과의 빠른 하락세와 관련해 “국내에서는 수입차에 비해 우위에 자리잡은 만큼, 상대적으로 (EQ900)초기 판매 때 비정상적인 밀어내기 마케팅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제네시스가 브랜드 경쟁력이 약한 후발주자인 만큼, 제품 개발주기를 단축해 시장 트렌드를 빠르게 좇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제네시스 관계자는 “G90는 전작인 EQ900의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지만 디자인 변화의 폭을 크게 확대한 점이 특징이다”며 “제네시스 브랜드의 상징적 모델을 넘어서 판매에서도 적잖은 수익을 내는 주효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