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의 맡형격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우리나라의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0.2%포인트(P), 0.1%P 하향 조정했다. 내년에도 설비·건설투자 부진이 이어지고 수출은 증가세가 완만해질 것으로 봤다.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민간소비 회복이 그나마 기댈 곳이다.
KDI는 6일 발간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을 올해 2.7%, 내년 2.6%로 전망했다. 상반기와 비교해선 전망치를 각각 0.2%P, 0.1%P 내렸다. KDI의 내년 전망치는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제시한 2.8%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제기구 중에선 국제통화기금(IMF), 국내 민간연구기관 중에는 현대경제연구원이 KDI와 같은 전망치를 내놨다.
김현욱 경제전망실장은 “수출 성장세가 완만해지는 가운데 투자가 부진한 것이 걱정거리이자 전망을 하향 조정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설비·건설투자 부진이 내년에도 계속되고, 수출은 세계 교역량 증가세 둔화와 반도체 증가세 약화로 성장곡선이 점차 완만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설비투자의 경우 소폭의 증가세로 전환되겠지만, 올해 급감한 부분을 보완하는 정도일 것이라고 KDI는 예상했다. 내수 전망도 어둡다. 국제유가 상승 압박이 이어지고, 실업률은 상반기 전망보다 높은 3.9%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KDI는 전망의 위험요인으로 세계 교역량 증가세 약화, 주요 수출품목의 단가 하락, 대외 경쟁력 약화 등을 지목했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도 골짓거리다. 특히 우리 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수출 제조업의 경쟁력 저하가 저성장 우려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에 보고서의 상당 분량을 할애했다.
KDI는 적극적인 구조개혁과 함께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이 과정에서 정부가 정책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근로조건의 경직성 등 경제의 비효율적 요소들을 제거해 인적자원을 원활하게 재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재정적 측면에선 단기적인 경기부양보단 사회안전망 확충과 인적자원의 재교육 등 구조개혁을 보완하는 데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새로운 정책과 새로운 기술, 혁신활동이 진행되면서 나타날 수 있는 걸림돌들을 빨리 제거하고,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기업적으로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며 “구체적인 산업 경쟁력에 대한 판단과, 앞으로 어떻게 실질적으로 구조개혁이 진행돼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별도의 보고서를 통해 조만간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DI는 소득주도 성장의 일환인 가계소득 증대 정책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다면 소비심리 상승에 따른 민간소비 확대로 예상을 상회하는 성장률을 나타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김 실장은 “장기적인 효과가 나타나길 손 놓고 기다릴 순 없는 상황”이라며 “성장 측면에서, 혁신성장 측면에서 다양한 정책 패키지거 제시돼야 하는 국면”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