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29일 발간한 ‘외국인 국내소비의 변동과 시사점(박종호·정규철 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들어 서비스업이 민간소비보다 국내소비와 더 밀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소비는 내국인과 외국인의 국내 지출 합계이고, 민간소비는 내국인의 국내·국외 지출 합계다. 2015년 전까지 국내소비와 민간소비 간 국내총생산(GDP) 관련성이 비슷했으나, 이후에는 국내소비 증가율과 경제 성장률 간 상관계수(6년 이동)가 0.49로 민간소비(0.22%)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국내소비는 외국인 국내소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2005년 이후 외국인 국내소비가 전체 국내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7~2.3%에 불과하나, 연간 증가율의 표준편차는 21.9%포인트(P)로 내국인 국내소비(1.4%P)보다 높다. 변동성이 큰 만큼 영향도 극과 극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진행되던 2008년 4분기에서 2009년 1분기 중에는 내국인 국내소비 급감(전년 동기 대비 2.7%↓)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국내소비가 151.8% 늘며 전체 국내소비는 1.5% 감소에 그쳤다. 반면 지난해에는 내국인 국내소비 증가 폭이 2.4%로 전년(2.1%)보다 확대됐음에도 외국인 국내소비가 27.9% 줄며 전체 국내소비 증가율은 0.6%P 하락했다.
최근 들어선 소비와 밀접한 서비스업 경기에 외국인 국내소비의 영향이 확대되고 있다. 외국인 국내소비의 5년 이동 회귀계수 추이에 따른 서비스업 영향을 분석한 결과, 외국인 국내소비가 1% 늘 때 서비스업과 음식·숙박업의 부가가치는 각각 0.011%, 0.04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소비의 최종가치도 0.014% 늘었다.
KDI는 “외국인 국내소비는 서비스업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이 최근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음식·숙박업에 대한 외국인 국내소비의 회귀계수가 빠르게 상승하며 높은 수준에 이른 바, 최근 동 산업의 부진이 외국인 국내소비 감소에도 일부 기인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지난해만 놓고 봤을 땐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국내소비 감소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조치로 중국인 관광객이 전년 대비 55.1% 줄면서 중국인 외 외국인 관광객의 4.5%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체 외국인 관광객은 25.2% 줄었기 때문이다.
KDI는 “향후 예상되는 경제 성장세 둔화는 내국인 국내소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 수의 회복 속도에 따라 외국인 국내소비가 국내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상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단기적으로는 환율 신축성을 확보해 국내소비의 변동을 완화시키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가 요구된다”며 “통상 비교역재로 인식되던 소비 관련 서비스업도 점차 대외 경쟁에 노출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대외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경쟁력 확보가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