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취임 전부터 ‘포스코 100년 도약’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전 임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취임 100일인 지난 3일까지 받은 ‘러브레터(건의사항)’는 3300여 건에 달하며, 이를 추려 확정한 결과물이 ‘100대 개혁과제’다.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이 강조한 슬로건은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차별없이,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가 선순환(善循環) 하는 기업 생태계 조성’이다.
100대 과제 중 최 회장의 고민이 엿보이는 부분 중 하나가 ‘지역 중심 경영’이다. 이는 포스코가 국민기업에서 지역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100대 과제에 따르면,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포스코는 포항과 광양에 벤처밸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 곳에서 벤처기업 육성은 물론 청년 인재도 발굴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또 포항과 광양, 송도 등 주요 사업장에 위치한 직장어린이집 확대와 포항, 광양 기반 초등학생 방과후 돌봄 시설 ‘포스코형 마더센터’ 신설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서울은 물론 지역사회까지 아우르는 모범 경영 사례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함께 CEO 및 사외이사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기업시민위원회’를 만들어 사회전반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기업시민위원회 산하에는 실행조직인 ‘기업시민실’을 신설해 기업시민위원회의 활동을 뒷받침하고,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다양한 사업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신성장 동력 마련보다 ‘우리가 잘하던 것을 더 잘하자’는 내실 강화에도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를 위해 최 회장은 “자력 독자 기술개발 체제에서 탈피해 외부기술을 수용하는 개방형 협력 제휴 기술개발로 전환하자”고 강조했다.
최근 가장 이슈로 급부상한 ‘노조 문제’도 최 회장이 당면한 과제인 만큼 100대 과제의 중심에 있다. 50년 동안 사실상 무노조 경영을 해온 포스코에 최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 산하의 새 노조가 출범했기 때문이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교섭 대표노조 지위를 놓고 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의 노조원 확보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이에 100대 개역과제에는 노사화합 전통을 지속 계승, 발전시키면서도 새로운 노사환경에 발맞춰 대화와 타협으로 모범적인 노사문화의 전형을 만들어 갈 계획이 담겨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으로는 처음 포스코호(號) 선장을 맡게 된 최 회장은 이번 100대 개혁과제 발표를 기점으로 새로운 포스코로 거듭나기 위한 첫 발을 내디디게 됐다. 지난 50주년 기념식에서 천명한 ‘2030년 매출 100조원, 영업이익 13조 원’이라는 장기 목표 달성 방안도 더욱 구체화 된 셈이다. 또 2023년에 ‘포춘 존경받는 기업 메탈 부문 1위’와 ‘포브스 기업가치 130위’를 오르겠다는 중간 목표도 제시했다.
포스코는 우선 실행 가능한 과제는 즉실천으로 추진하고, 조직개편이나 제도개선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마무리 한다는 방침이다. 또 각 분야의 개혁과제는 임원급의 담당자를 지정해 추진토록 하고, 이 과정에서 최 회장은 주기적으로 진행상황을 점검하겠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