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당국이 금융권의 대출을 연이어 조이면서 돈 빌릴 데 없는 저신용 ·저소득자들은 점점 더 음지로 몰릴 처지다.
특히 은행에 이어 최근 2금융권에도 DSR 도입 등 규제 억제 카드를 쓰면서 취약계층의 ‘대출절벽’은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금융권에서 대부업, 대부업에서 사금융 등으로 ‘제2, 제3의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A(48) 씨는 “아버지 병원비 때문에 연이어 대출을 받고 추가로 대출이 필요한 상황인데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두 달간 저축은행 3곳과 대부업체 1곳, 그리고 카드사 1곳에서 총 9000만 원 정도의 대출을 이미 받은 상황이다. 그는 “연봉 4200만 원에 최근 두 달 추가근무를 하면서 급여를 높였는데도 2금융권에서는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최근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저신용자 신규 대출자가 급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과 성일종 같은 당 의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의 저신용자 신규 대출자는 각각 7만, 24만 명으로 집계됐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20.5%, 22.7%씩 감소한 수준이다.
대부업 대출의 문턱마저 넘지 못한 사람들은 불가피하게 불법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B(36) 씨는 “급전이 필요해 대부업체에 대출 신청을 했는데 직장을 옮긴 지 얼마 안 돼 힘들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불법 사채에까지 손을 벌리긴 싫은데 답답한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C(23) 씨도 “시중은행에서 대출받아 연체한 지 3개월이 지났는데 은행에서 돈 갚으라는 연락이 오고 있다”며 “150만 원 정도가 필요한데 캐피털, 대부업체에서 모두 대출을 받지 못해 사채를 알아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들처럼 제도권 금융에서 설 자리가 없어 불법 사금융에 손을 벌리는 국민은 100명 중 1명꼴에 달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불법 사금융시장 이용자는 약 52만 명, 대출잔액은 6조8000억 원 규모다.
한재준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정부가 부동산 과열을 막기 위해 대출을 규제하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취약계층이 점점 더 밀려나는 부작용도 크다”며 “정책을 펼칠 때 대출 규제라는 한 부분만이 아니라 보유세, 기준금리 등 전반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