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기업 구조조정 전문가를 직접 육성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금융권 인사 돌려막기로는 성공적 구조조정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이러한 방안을 기업 구조조정 활성화를 위한 논의 안건으로 올려놓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법원 등 관련 기관과 협의해 중·장기적으로 도산 실무가(Insolvency Practitioner·IP)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호주는 우리나라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서 정한 워크아웃과 비슷한 민간 구조조정 방식을 운용한다. 채권자들이 모여 자율적으로 회생계획을 짜서 구조조정을 진행한다. 이때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영국과 호주가 택한 방법이 바로 IP 제도다. 정부가 직접 구조조정 전문가를 선발해 관리하는 방식이다. 청산인이나 기업 관리인 등 구조조정 과정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는다. 영국의 경우 2012년 기준 회계사와 변호사 등 1700명이 IP로 등록돼 있다.
처음엔 우리나라 금융위원회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영국 도산국이 직접 공인시험을 통과한 사람을 IP로 임명했다. 현재 정부 승인을 받은 전문 단체 6개가 자격 심사를 담당한다. 이 단체들은 IP에게 징계를 내리거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 자격 없이 IP로 활동하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그동안 워크아웃과 법원 회생절차에서 구조조정을 맡은 경영진의 전문성 부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왔다. 워크아웃 단계에서 경영진을 바꿔도 대부분 금융회사 임원 출신이 맡았다. 돈 새는 곳을 막고 빚을 갚는 데 능숙하다는 판단에서다. 중소기업의 경우 인수를 추진한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에서 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정작 부실기업을 정상 기업으로 만드는 데 한계에 직면했다.
회생절차도 마찬가지다. 법원은 횡령·배임 등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으면 기존 대주주나 경영진을 관리인으로 선임한다. 이른바 ‘기존 경영자 관리인 제도(DIP)’다. 경영권 때문에 기업이 망가질 때까지 회생절차 신청을 피하는 기업인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기존 경영진에게 문제가 있을 경우에만 공동 관리인이나 제3자 관리인을 둔다. 법정관리인이 되려면 한국경영자총협회와 한국생산성본부 등의 기관에서 약 한 달간 교육받으면 된다. 이마저 대기업과 금융회사 퇴직 임원 대부분이라고 한다.
일각에선 ‘관치금융’을 우려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차원에서 구조조정 전문가를 키울 필요가 있을까 싶다”며 “인력풀 안에서 나중에 적절한 인사를 찍어 내려보내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