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공정거래-Law] 포스코 판결이 무엇이길래?

입력 2018-09-13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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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바른 공정거래팀 정양훈(36·사법연수원 38기)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바른)
▲법무법인 바른 공정거래팀 정양훈(36·사법연수원 38기) 변호사(사진제공=법무법인 바른)
‘믿기만 하면 구원받는가, 아니면 믿음에 행위를 더해야 하는가.’ 어쩌면 이 질문은 기독교 신학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이며, 개신교와 가톨릭을 분리시킨 요인일지 모릅니다. 주관적 인식만 있으면 충분한지, 아니면 행위의 실재도 존재해야 하는지는 그 자체로써 흥미로운 주제인데, 바울은 오직 믿음에 의해서만 의롭게 된다고 말한 반면 야고보는 믿음과 그에 더해진 행위에 의해서 의롭게 된다고 해 질문의 난해성을 더하고 있습니다.

법학의 영역에서도 주관적 인식과 행위의 객관적 실재에 따라 법적 평가가 달라지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똑같은 상해의 결과가 발생했다고 하더라도 의도했는지(상해), 실수인지(폭행치상), 더 큰 결과로 나아가고자 했으나 미수에 그친 것인지(살인미수) 등에 따라 형법상 성립되는 범죄가 달라지게 됩니다.

행정법상 제재처분의 성립요건에 있어서 행위의 주관적 요소는 고려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 판례의 일반적인 입장입니다. 즉 법원은 “행정법규 위반에 가하는 제재조치는 행정 목적의 달성을 위해 행정법규 위반이라는 객관적 사실에 착안해 가하는 제재이므로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원칙적으로 위반자의 고의나 과실을 요하지 않는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대법원 79누251 판결).

그런데 법원은 공정거래법 영역에서 이와 달리 판단해 이른바 포스코 판결(대법원 2002두8626, 전원합의체)에서 경쟁 제한적 결과 발생뿐만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의욕한 의도와 목적도 있어야 한다고 판시함으로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성립요건에 대하여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포스코 판결은 공정거래법을 공부하다 보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판결인데, 현대하이스코가 냉연강판 시장에 진출하자 포스코가 현대하이스코에 냉연강판 가공에 필수적인 열연코일의 공급을 거절하여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가 문제 된 사안입니다.

대법원은 위법성 요건으로서 부당성이 인정되기 위해서는 경쟁제한의 효과가 발생할 우려가 있을 것과 별개로 독과점의 유지, 강화 의도나 목적이 입증돼야 하나, 포스코의 거래 거절로 현대하이스코에 구체적 불이익이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는 포스코에 경쟁제한의 의도나 목적이 있었음이 추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의 성립을 인정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이러한 포스코 판결에 대해 행위자의 내심은 객관적 효과를 평가하기 위한 고려요소로서 제재수준을 결정함에 있어서만 고려될 수 있을 뿐이며, 법 위반 여부를 객관적 입증이 곤란한 주관적 요소에 좌우되게 함으로써 법 해석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저해시킨다는 지적이 있어 왔습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최근 공정거래법 개정 시 ‘부당성 판단 기준에 관한 포스코 판결의 입법적 파기’가 논의되었으나, 실제 법률 개정에 이르지는 않았습니다.

행위의 결과만 있으면 되는지, 아니면 그 결과를 의욕한 의도와 목적도 있어야 하는지는 여러 영역에서 제기되는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해 법원이 어떠한 입장을 내놓을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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