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는 이번 주 멕시코와 1년 넘게 끌어왔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개정 협상을 타결했다. 이를 바탕으로 나프타의 한 축인 캐나다에도 합의하라고 윽박지르는 상황이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미국을 방문해 대두와 액화천연가스(LNG) 등의 미국산 제품 수입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하고 간신히 휴전을 맺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유럽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하는 등 위협을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 무역전쟁의 가장 큰 희생양이 되고 있다. 연초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물론이고, 이달 총 500억 달러(약 55조 원)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가 확정됐다. 트럼프 정부는 9월 중국에 2000억 달러의 초대형 관세 폭탄을 새롭게 안길 태세다.
한국은 올해 3월 철강·알루미늄 관세 대상에서 면제되는 대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철강은 지켰지만, 자동차 부문에서는 미국에 크게 양보했다는 평가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무역전쟁의 시동을 걸었을 당시만 해도 세계 각국 정부가 이렇게 무기력하게 끌려다닐 줄은 예상도 하지 못했다. 미국이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이고 다른 나라를 압도하는 국력을 자랑하지만, 무역전쟁의 폐해를 모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봤기 때문. 실제로 미국 기업과 언론들도 계속해서 트럼프 정부의 무역정책에 대해 우려와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트럼프 정부는 무역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처럼 보인다. 심지어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이달 초 “중국이 지금이라도 미국에 패배를 인정하고 무역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글이 실리기도 했다.
지금 정세는 마치 중국 고대 춘추전국(春秋戰國) 시대의 합종연횡(合從連衡) 상황을 연상케 한다. 합종연횡은 현재 기업이나 국가 사이의 협력을 뜻하는 말로, 한 단어로 뭉뚱그려 쓰인다. 그러나 원래 뜻을 살펴보면 ‘합종’은 전국시대 최강국인 진(秦)에 대응해 다른 6개국이 힘을 합치는 외교 전략이었다. ‘연횡’은 이를 깨뜨리고자 진나라가 6개국과 각각 횡적인 동맹을 맺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현재 다자간 무역협정 대신 양자 FTA를 적극적으로 밀고 있다. 세계 각국과 개별적으로 맞붙으면 미국의 협상력을 더욱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의도가 노골적으로 보인다. 마치 진나라의 연횡 전략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트럼프의 연횡을 깨려면 역시 합종밖에 없다. 트럼프가 불합리한 요구로 자신들을 압박한다고 느낀다면 한국과 중국, 일본, EU 등 전 세계가 똘똘 뭉쳐 대항하는 길밖에 없다. 마냥 트럼프를 비판하기보다는 각국이 상호 협력을 통해 역으로 미국에 무역전쟁을 끝내라고 압박해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무기력하게 트럼프에게 끌려다닐 것인가.
그리고 합종이 성사되려면 각국이 이기적인 태도를 버려야 할 것이다. 특히, 중국은 자유무역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한다면 시장을 개방하는 등 행동으로 이를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