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과 카드업계는 은행이 직접 투자 대상으로 삼은 것과는 달리 문화 콘텐츠 사업을 또 다른 홍보 채널로 사용한다. 이들은 기업의 단순한 마케팅을 넘어 시민과 공유할 수 있는 축제의 장을 만들거나 마을 조성, 또는 섭외하기 힘든 외국 가수의 콘서트를 여는 등 사회공헌 성격이 짙은 문화 콘텐츠 생산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한화생명은 매년 가을 불꽃 축제가 열릴 때마다 63빌딩에 특별석을 마련해 관련 마케팅을 진행한다. 지난해에는 ‘어쿠스틱 라운지’를 주제로 500명을 선정해 이벤트를 진행했다. 63 특별석과 함께 공연과 각종 이벤트도 함께 진행된다. 어쿠스틱 라운지에선 참가자들의 사연을 읽어주기도 하고 여러 가수의 공연도 이어졌다.
한화와 함께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는 ‘불꽃을 통한 희망 나눔’이라는 슬로건 아래 한화가 2000년부터 17년간 꾸준히 펼쳐온 사회공헌활동이다. 이 행사에는 한화의 불꽃 축제를 담당하는 연화팀을 비롯해 일본과 미국, 중국, 이탈리아 등의 세계 불꽃 팀이 화려한 불꽃을 선보인다.
한화 불꽃 축제는 단순히 불꽃만 선보이는 단계에서 벗어나 레이저와 영상, 음악 등을 접목한 멀티미디어 불꽃쇼를 지향한다. 한화그룹의 불꽃 축제는 한화의 전신인 한국화약의 기업 이미지를 계승했다. 한국화약은 1952년 다이너마이트 국산화에 성공한 최초의 화약 제조 기업이다.
교보생명의 ‘광화문 글판’ 역시 보험사 문화마케팅에서 빼놓을 수 없다. 광화문 글판은 1991년 고 신용호 명예회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교보생명 본사가 자리 잡은 광화문은 서울의 중심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최다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에 시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글귀를 내걸어 교보생명의 홍보 효과도 누리고, 나아가 낯선 보험업을 시민에게 알리는 소통의 창구로 사용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상품은 소비자의 잠재적인 수요를 끌어내야 하는 특징이 있는데 직접 홍보가 아닌 문화 마케팅은 이런 방면에서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카드 슈퍼콘서트는 국내 음악 팬들 사이에선 ‘단비’와 같은 존재다. 그동안 비틀스 멤버인 폴 매카트니를 필두로 비욘세, 콜드플레이, 에미넴, 콜드플레이, 레이디가가, 스티비 원더 등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최정상급 팝스타가 슈퍼콘서트 무대에 섰다. 팝스타뿐만 아니라 클래식 공연에도 공을 들였다. 2009년에는 플라시도 도밍고 공연을 시작으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조수미, 안드레아 보첼리 등 유명 공연자들이 슈퍼콘서트를 계기로 한국을 찾았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내한공연은 현실적으로 현대카드가 아니었다면 성사되기 힘들었다”며 “성사됐다 하더라도 수익성을 고려하면 티켓 가격이 30~40% 올라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나아가 슈퍼콘서트는 단순히 현대카드 이름만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전체 카드 점유율을 높이는 효과도 가져왔다. 공연 예매 때 현대카드에 우대 혜택을 줘 전체 공연 예매의 90%가 현대카드로 이뤄진다. 또 지난 11년간 슈퍼콘서트를 개최해 기존 카드사들과는 다른 정체성을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이 같은 유·무형의 효과로 현대카드는 신한과 삼성에 이어 카드업계 3위에 오를 수 있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최근 현대카드는 또 다른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가파도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 이번 활동은 제주도 인근에 위치한 가파도의 환경 파괴를 막고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해 섬을 바꾸는 프로젝트다.
현대카드는 제주특별자치도청과 함께 가파도 특유의 환경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섬에 새로운 콘셉트를 부여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이는 현대카드의 사회공헌활동(CSR) 철학이 반영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개발과 정비사업에 그치지 않고 새로운 철학과 가치 구현을 위해 건축가와 함께 장기간 가파도의 환경과 역사를 연구하는 방향으로 이어졌다.
기존 건물을 재활용하는가 하면 섬의 자립적 경제 시스템 구축을 위해 농어업물 가공품 개발과 판로를 개척했다. 또 여객선 선착장 인근의 편의시설을 신설해 접근성도 높였다. 이번 프로젝트로 개발된 신사업은 모두 마을 주민이 직접 운영토록 했다. 수익사업이 아닌,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진행된 만큼 수익을 환원하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