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재산 때문에 소득인정액이 늘어난 경우 기초연금 수급자격을 제한해선 안 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소득인정액은 월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월 소득환산액을 합산한 금액으로 일정 수준이 넘으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 부장판사)는 10일 권모 씨 부부가 서울시 구로구청을 상대로 낸 기초노령연금 부적합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기초연금 수급권자를 선정할 때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계좌 명의가 아닌 자산의 실제 소유를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기초연금의 경우 '실명이 확인된 계좌에 보유하고 있는 금융자산은 명의자 소유로 추정한다'는 금융실명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기초연금법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등 관련 정부 기관은 기초연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당사자에게 소득 및 재산에 관한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당사자의 집이나 필요한 장소 등에 방문해 서류를 조사하고 질문할 수 있다"며 "이 같은 과정을 거친 결과 권 씨의 계좌에 들어있는 돈은 실제 권 씨의 것이 아니라 동생의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씨 명의로 된 계좌에 있는 돈은 차명재산이기 때문에 소득인정액 산정 대상에 넣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1999년 권 씨의 동생 A 씨는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지자 자신의 재산이 압류될 것을 우려해 권 씨의 명의를 빌려 계좌를 개설했다. 이후 A 씨는 CMA 등 상품에 투자하기 위해 권 씨 명의로 전용 계좌를 만들어 활발히 투자했고, 부동산 등 개발 관련 상품에 자금을 투자하며 자산을 늘려갔다.
이같이 동생이 만든 차명계좌 때문에 권 씨 부부의 소득인정액은 267만여 원이 산정됐다. 배우자가 있는 노인 가구의 경우 소득인정액이 190만 4000원을 넘지 않아야 기초연금 수급권자로 선정될 수 있다. 이에 구로구청은 권 씨 부부를 기초연금 수급대상자로 볼 수 없다고 보고 연금 지급을 거부했다. 그러자 권 씨 부부는 "산정된 재산은 차명일 뿐"이라며 지난해 구로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