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7월 금융통화위원회가 이례적 결정을 내렸다. 성장률과 물가전망치를 낮췄음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내놨기 때문이다. 통상 이같은 지표의 하향조정이면 신중론을 보이거나 금리인하 의견을 내는게 보통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경제 진단부터 향후 통화정책 방향까지 해석이 분분하다.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는 각각 1.6%와 1.9%로 예측했다. 올 전망치는 유지한 것이지만 내년 전망치는 0.1%포인트 내린 것이다. 특히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요인인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는 올해 1.4%, 내년 1.9%로 예상했다. 이를 기존 전망치와 비교하면 각각 0.2%포인트와 0.1%포인트 낮춘 것이다. 물가안정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는 한은의 물가 목표치가 2.0%라는 점을 감안하면 물가 오름세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한은은 지표 하향 조정에도 불구하고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날 내놓은 통화정책방향에서도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성장과 물가의 흐름이 지난 4월에 본 경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이는 다소 낙관적인 평가로 보인다. 실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수증가세가 약화되면서 전반적인 경기개선 추세는 완만해졌다고 평가했기 때문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도 “2.9% 성장이면 잠재성장률 수준과 비슷하다. 물가도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비관적으로 보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성장률을 2%대로 낮춘 것에 상징성이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그만큼 경기를 부정적으로 본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0.1%포인트 조정은 유지해도 그만인 수치”라면서도 “성장률을 2%대로 낮췄다는데 상징성을 갖는다. 경기를 긍정적으로 본다면 굳이 2.9%로 내릴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금통위 직전 채권시장에서는 통안채 2년물 금리가 2%를 밑도는 등 단기물 금리가 지난해 11월 한은 금리인상 직전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최근 미중간 무역분쟁이 확산하면서 연내 금리인상이 어렵다는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은 입장에서는 연내 금리인상 불씨를 살릴 필요가 있었다는 평가다. 하준경 교수는 “(연내) 한차례 정도는 올려야 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많다”며 “한은 입장에서는 올릴 수 있을 때 올려놔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 연준(Fed)이 연내 두 차례 더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렇잖아도 한미 기준금리는 이미 0.50%포인트 역전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총재도 이날 “금리 역전폭 확대로 자금유출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늘 경계하고 있다”며 “국제금융시장에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금리역전폭이 확대되는 상황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여전히 연내 금리인상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주원 실장은 “정부가 당분간 경기에 최우선 목표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을 할 생각이 없다는 것으로 이해된다”고 밝혔다.
오석태 쏘시에테제너럴(SG) 본부장도 “무역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조만간 완화될 것 같지 않다. 내년 물가나 근원인플레가 1.9%로 오르기도 어려울 것”이라며 “인상 소수의견이 곧 임박한 금리인상 신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