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와 지배구조 개편 무산, 노사관계 악화 등 창사 이례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는 현대차그룹도 금융그룹 통합감독 규제라는 암초에 직면했다. 부품 계열사 통폐합과 사업부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일 금융권과 현대차그룹 등에 따르면 ‘금융그룹 통합감독’ 제도가 도입되면 현대차의 적정자본 비율이 주요 대상기업 가운데 가장 낮은 120%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위가 밝힌 자본규제 잠정비율을 보면 지난해 연말 기준 현대차의 적정자본비율은 171.8%에서 127%로 약 45%포인트 하락한다. 결국 산재돼 있는 부품관련 계열사의 통합과 사업부 매각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모범규준은 현대차 금융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차 지분이 지나치게 많을 경우 현대차가 흔들리면 지분을 쥔 금융그룹의 안정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기준에서 현대캐피탈과 현대카드, 현대차증권 등이 보유한 현대차 지분을 ‘위험 요인’으로 분류한 것도 같은 원리다. 이 관계자는 ”실적 개선을 위한 계열사 정리와 통합, 사업부 매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 기준에 따른 자본비율이 100% 아래로 떨어지면 자본확충이나 계열사 지분 매각, 순환출자 해소 등을 통해 자본비율을 끌어올려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올초 모비스 부품사업부와 글로비스를 합병하는 내용을 골자로한 지배구조 개편안을 추진했지만 시장의 반대로 무산됐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완성차와 부품, 철강, 건설, 금융 등을 포함해 6개 분야에서 34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그룹의 중심인 자동차 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현대기아차의 실적하락은 철강과 부품은 물론 물류와 건설, 금융계열사까지 직접 또는 간접피해를 감수해야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현재 현대차그룹의 주축인 자동차 산업의 업황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창사 이례 처음으로 판매목표를 무려 8%나 감축해 755만 대 판매를 목표로 삼았다. 계속되는 판매하락에 따라 재고가 쌓이고 이를 판매하기 위해 마진을 축소하면서 실수익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 새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주주의 반대와 정부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는 현재 산재돼 있는 일부 계열사의 통합과 사업부 매각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특히 업종이 겹치고 계열사가 산재해 있는 부품 계열사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입장도 속속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기준은 이미 예고돼있던 만큼 적용 시점에 맞춰 그룹 차원에서 준비해왔다”며 “실적 개선 역시 2분기를 기점으로 하반기 변곡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