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통해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리기로 했던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회담 최대 안건인 비핵화 방법을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동서 냉전시대에서 지금까지 약 70년간 지속됐던 북미 적대관계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있었던 첫 정상회담이 보류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다시 긴박해질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는 서신에서 “김정은과 만나기를 매우 고대하고 있었지만 슬프게도 최근 북한 측이 발표한 성명에 나타난 막대한 분노와 심한 적대감을 감안하면 오랫동안 준비했던 이번 회담이 부적절하다고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트럼프는 싱가포르 회담 취소 소식을 통보하면서 “당신(김 위원장)은 자신의 핵전력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우리의 핵무기는 더욱 크고 강력하다. 난 이를 절대로 사용할 일이 없도록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트럼프는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일말의 여지도 남겼다. 그는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 석방에 감사의 뜻을 재차 표시하면서 “언젠가 당신과 만나게 되기를 매우 고대한다”며 “대단히 중요한 이 회담을 위해 마음을 바꿨다면 주저하지 말고 언제든지 나에게 전화하거나 편지를 써 달라”고 밝혔다.
북미는 물밑에서 정상회담을 위한 조정을 추진해왔지만 비핵화의 구체적 방법을 놓고 대립했다.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 원칙하에 단기간에 단번에 비핵화를 하지 않는 이상 대가를 주지 않는 방법을 주장했다. 북한은 단계적 조치를 취하면서 그때마다 대가를 받는 방법을 호소했다.
WSJ는 트럼프가 그동안 북한이 비핵화에 응하는 것을 조건은 김정은 체제 보장과 대북 경제 지원을 할 의향을 표명했지만 최근 북한 지도부에서 적대적인 발언이 잇따라 나와 정상회담 향방이 불투명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대미 교섭을 담당하는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리비아 모델 적용 가능성을 거론한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을 맹비난하는 성명을 이날 내놓았다.
북한이 이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기했지만 이미 이곳은 핵실험장으로 쓸모가 없고 북한이 핵무기 개발프로그램 완료도 선언한 상황이어서 풍계리 실험장이 더는 필요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고 WSJ는 전했다. 풍계리 실험장 폐기만으로 미국의 신뢰를 얻기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FT는 트럼프 정부가 북한이 핵을 쉽게 포기할 것이라는 점을 너무 믿었다며 정상회담 취소는 북한 회의론자들이 옳았다는 것을 다시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백악관 관리들은 여전히 향후 북한과의 협상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북한이 먼저 행동을 바꿔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