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하루 차이를 두고 미국을 방문해 각각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윌버 로스 상무장관을 만난다. 경제·산업 장관이 일제히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계속해서 보호무역 수위를 높이고 환율 주권 논란까지 겹친 상황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김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19일 출국했다. 최근 미국 재무부가 환율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나선 상황에서다. 이에 김 부총리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잇따라 면담을 하고 개입 내역 공개 여부와 주기, 방식 등을 합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부는 공개 주기는 길게, 방식은 순매수만 공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을 계기로 환율 개입 내역을 공개한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도 6개월 시차를 두고 순매수 내역만 공표했다. 다만 미국은 1분기 이내, 매도·매수 내역을 모두 공개하는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총리는 또 3대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피치의 국가신용등급 글로벌 총괄 등 최고위급 인사와 면담한다. 최근 우리 경제 상황과 경제정책 방향, 북한 관련 상황 등을 설명하고 한국 국가신용등급의 안정적 유지를 당부하는 등 대외신인도 제고 노력에도 힘쓸 예정이다.
취임 후 처음으로 18일 미국을 방문한 백운규 장관의 발걸음도 무겁다. 지난달 한·미 양국이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과 철강 관세 면제 쿼터에 원칙적 합의를 하면서 통상 관계의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지만, 불씨가 여전한 상황에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이에 백 장관은 무역전쟁을 주도한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 등 미국의 주요 각료를 만나 아직 풀지 못한 통상 현안을 매듭짓는 역할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 양국이 사우디 원전 등 경제협력을 놓고 깊은 대화를 나눌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1차 최종 후보군 발표를 앞둔 사우디 원전 수주를 위해 양국 협력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될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지금은 한·미 양국이 서로 경쟁하는 상황이지만 최종 후보군 발표 이후에는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