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전화기를 2년 넘게 쓴 적이 없다”며 자리에 앉았다. 그의 휴대폰에는 6000명이 넘는 고객의 전화번호가 저장돼 있다. 그는 “영업은 일한만큼 받는 것이기 때문에 계속 데이터(전화번호)를 늘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생산직 근로자로 기아자동차에 입사했다. IMF가 그에게는 기회가 됐다. 회사는 영업직 전환을 제안했다.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는 ‘영업을 통해 사회를 배우겠다’는 목표로 일을 시작했다.
영업전선은 녹록지 않았다. 그가 첫 3개월 동안 판매한 차는 총 1대였다. 지금 위상과 비교하면 초라한 시작이었다. 하지만,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그는 “다음해부터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망우지점이 위치한 중랑구에 어떤 연고도 없었다. 하지만 이마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정 부장은 “처음부터 사람을 새로 만난다고 생각했기에 지인을 포함한 친인척과 동창 등 누구에게도 영업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 부장은 그렇게 고객들의 정보를 하나 둘씩 모았다. 그는 “사람을 만날 때 항상 소비자의 관점에서 고민했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고객이 있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그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모든 손님은 똑같이 대우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고객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의 입출(떠나고 돌아옴)이 자유로워야 서로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울려대는 그의 전화기에 눈치가 보여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 목표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는 “일은 회사를 위해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나를 위해서 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지금까지 무언가를 이뤘다고 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는 다시 이름 모를 고객과 통화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