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금융권에 따르면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노조의 자구안 동의를 끌어내기 위해 마지막 압박 수단으로 유동성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채권 금융기관은 신용장(LC) 한도 축소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돌입 신호를 통해 상거래채권자들을 자극할 수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현실적인 위협이 될 수준으로 진행시키진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동성 압박 카드 역시 해외 매각에 반대하는 노조를 돌려세우기 위한 ‘채찍’일 뿐이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유동성에 위기를 가해 법정관리에 갈 경우 금호타이어는 회생보다 파산으로 갈 가능성이 더 크다.
삼일회계법인 실사 결과,금호타이어 계속기업가치는 4600억 원으로 청산가치(1조 원)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미 우리은행·KB국민은행·수출입은행 등은 금호타이어 여신에 대해 상당 수준의 충당금액을 쌓아 놓은 상태지만 파산 시 지역경제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은 피해가기 어렵다.
산업은행은 2일 이례적으로 ‘금호타이어 처리방안 브리핑’까지 진행했지만 이대현 수석부행장은 “해외매각 말고는 대안이 없다”며 대안 마련의 한계를 밝혔다. 자율협약과 워크아웃은 물론이고 그간 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언급해 온 단기 법정관리인 프리패키지플랜(P플랜)마저 회사 정상화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밝혔다.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자율협약·워크아웃)과 P플랜은 모두 채권단의 신규자금 투입을 전제로 한다. 특히 공동관리 체제 하에서 금호타이어를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약 1조5000억~1조8500억 원에 달하는 신규자금과 출자전환을 실시해야 한다. P플랜 추진 시에도 최대한 빠른 회생 종결을 위해서는 채권단의 자금 투입이 필수적이다. 이 경우 일반 신규자금 5000억 원과 외상수출어음(D/A) 3000억 원을 지원해야 한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자구안에 합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채권단만 희생하는 자금 투입을 할 수 없다” 며 “그럼에도 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더 강력한 조치는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6월 지방선거가 마무리될 때까지 현 상태를 유지를 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오히려 금호타이어 노조는 부분 파업에 돌입하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처리도 이러한 기조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실사를 진행한 삼정회계법인은 이미 두 회사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 가치보다 높다는 결과를 냈지만 정부는 2차 컨설팅을 다시 진행했다. 이번 컨설팅에서도 성동조선해양은 청산가치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부채탕감이나 이자감면 등 최소한의 조치로 6월까지 생명을 연장하는 데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의 한 전직 고위 관료는 “지난 정권에서 서별관회의가 논란이 되긴 했지만 고위 책임자들이 총대를 메고 구조조정을 진행했다”며 “한국GM 사례와 마찬가지로 눈치만 보면서 결단을 미루다가 기업과 지역사회에 더 큰 부실을 몰고 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