섀도보팅 제도가 폐지되면서 주주가 주주총회에 직접 참가하지 않고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도에 거는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예탁결제원은 본격적인 홍보를 통해 전자투표 제도에 관한 관심을 최대한 끌어올릴 계획이지만, 아직 성과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예탁결제원은 이달 26일부터 전자투표 제도 활성화를 위한 대대적인 온·오프라인 홍보활동에 돌입했다. 관련 홍보물을 제작해 주주에게 발송하는 한편, 증권사 지점에 비치했다. 신문·옥외광고도 함께 전개한다. 주목도가 높은 포털사이트와 증권사 HTS·MTS에 전자투표 홍보 배너를 게시하고, 증권 전문 방송 등에 광고도 내보내는 등 전자투표에 대한 주주들의 관심을 끌어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2017년 결산법인의 정기 주주총회에 전자투표를 행사한 주주를 대상으로 5000원 상당의 모바일 기프티콘을 제공하는 초유의 ‘당근책’도 마련했다. 최초 정기주총 전자투표 행사일부터 매일 1000명 한도로 지급한다. 주주총회가 집중되는 시기를 피한 3월 초·중순 개최 회사의 전자투표 행사 주주들이 먼저 혜택을 보게 된다. 이와 별도로 추첨을 통해 온누리 상품권과 노트북, 태블릿 PC, 공기청정기 등의 가전제품을 총 1000여 명의 주주에게 증정한다. 여기에 쏟아부은 예산만 약 2억 원 규모다.
주주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도 마련했다. 스마트폰에서도 전자투표가 가능한 전자투표 모바일 서비스를 지난해 연말 도입했다. 올해는 증권용·범용 공인인증서가 없으면 전자투표에 참여할 수 없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주주 본인확인 및 전자투표 행사 시 활용되는 공인인증서의 범위를 은행용 공인인증서까지 확대했다.
그러나 전자투표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상장사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상장사가 전자투표를 하겠다고 결정하지 않으면, 금융당국도 이를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수 상장사는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잡음을 우려해 전자투표 도입을 꺼리고 있다.
23일 기준 전자투표를 계약한 코스피 상장사는 346곳, 코스닥 상장사는 824곳으로, 계약률은 각각 45%, 65%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8월 말 현황(코스피 349개사·코스닥 792개사)과 비교했을 때 약 6개월 사이 고작 29개사가 늘어난 수준이다. 877곳의 상장사는 전자투표 계약조차 맺지 않은 상태다. 코스피 시가총액 100위권 내 상장사 중에서는 고작 16곳이 전자투표를 도입했다.
전자투표 행사율은 더욱 저조하다. 지난해 전자투표를 통한 의결권 행사 비율은 주식수 기준 2.18%에 불과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4%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고있다. 올해 들어 현재까지 전자투표를 이용한 회사는 코스피 1개사, 코스닥 3개사, 기타 1개사로 총 5곳이다.
예탁결제원은 우선 소액주주 지분율이 75%를 넘는 발행회사들에 전자투표 이용을 적극적으로 독려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코스피 21개사, 코스닥 98개사가 이에 해당한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주주총회 일정이 확정돼야 전자투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아직은 참여율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았다”면서 “대국민 홍보 활동의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공인인증서 외에 휴대전화 본인인증 등 다양한 인증수단을 통해 전자투표를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대만은 상장사가 주주에게 발송하는 ID와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전자투표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