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위안화 가치가 2015년 8월 인민은행의 평가절하 이후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날 상하이 역내외환시장에서 달러·위안 환율은 전날보다 1% 상승(위안화 가치 하락)한 6.3260위안(약 1088.89원)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윈드인포에 따르면 장 초반 하락폭은 1.5%에 이르기도 했다. 중국 인민은행 외환교역센터는 이날 달러 대비 위안화 기준환율을 전날보다 0.1% 올린 6.2822위안으로 책정했다. 중국은 관리변동환율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환율 변동폭은 기준환율의 2% 내외에서 가능하다.
홍콩 역외시장에서 미국 달러화당 위안화 가치는 0.4% 하락한 6.3480위안을 기록했다. 역외시장에서 위안화 가치는 역내보다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8월 예상치 못한 평가절하과 달리 이날 위안화의 갑작스러운 움직임은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중국 당국은 2015년 8월 11일 달러·위안 환율을 6.2298위안으로 1.86% 평가절하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수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위안화 가치를 하락시켰다.
그러나 이날 시장에서는 중국의 1월 무역수지 흑자가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것으로 발표되자 위안화 매도세가 나타났다. 중국 해관총서는 1월 무역수지 흑자가 203억4000만 달러(약 22조2824억 원)로 지난해 2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저치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에 비해서는 62.8% 급감했다. 지난달에 수출보다 수입이 급증하면서 흑자 폭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으나 수입은 36.9% 증가했다. 켄 청 미주호은행 외환전략분석가는 “이날 하락은 중국의 예상치 못한 무역 흑자 감소로 인한 것”이라면서 “그동안 시장의 예상이 일방향적이었기 때문에 부정적인 데이터가 조정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추오 하오 싱가포르 코메르츠 은행 애널리스트는 “무역 데이터에 대한 충격과 주가 하락으로 인한 압박이 오늘 최고조에 이르렀다”면서 “그 결과 위안화가 강세에서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환율은 앞으로도 몇 주간 계속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WSJ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이 위안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 무역 적자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세이프가드를 발동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저렴한 아시아 수출품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
이날 급락에도 위안화는 여전히 강세다. 지난 1년 동안 달러화 대비 위안화 가치는 8% 이상 급등했다. WSJ는 다수의 펀드매니저들이 달러화 약세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올해 강한 위안화에 베팅했다고 전했다.
달러화는 이날 다른 통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나타냈다. 일본 엔화 가치는 달러화 대비 0.3%, 유로화는 0.2% 각각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