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출발부터 금융권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연초부터 주요 금융회사를 상대로 동시 다발적인 검사에 나서면서다. ‘가상화폐·지배구조·채용비리’ 등 고강도 검사가 서로 얽힌 탓에 행여 불똥이 튈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달 들어 주요 금융지주와 은행들을 대상으로 특별검사·현장점검을 단행하는 등 금융회사 조직 내 강도 높은 쇄신을 예고했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채용비리 논란에 지배구조 문제가 신년에도 지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세계적 화제와 논란을 일으키는 가상화폐 열풍도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8일부터 국민·신한·우리·농협·기업·산업은행 등 6개 은행을 상대로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계좌들에 대해 특별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가상계좌는 가상화폐 거래소들이 은행에 개설한 법인계좌의 자(子)계좌들이다. 이들 계좌를 통해 가상화폐를 거래하는 투자자들이 돈을 넣고 뺀다. 6개 은행에 만들어진 거래소 관련 계좌는 지난달 기준으로 111개, 예치 잔액은 약 2조 원이다. 각 계좌는 최대 수백만 개의 가상계좌를 파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이들 가상계좌를 운영하는 데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점검한다. 이를 어긴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의 가상화폐 가상계좌 제공 서비스를 깊숙이 파악하고 있다”며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고강도 검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4일부터는 국민·신한·KEB하나·농협·수협·대구·부산·광주·전북·제주 등 10개 은행의 채용비리 의혹과 관련해 고강도 2차 현장점검에 돌입했다. 지난해 11월 말 1차 점검에서 전·현직 경영진의 자녀가 다수 채용된 정황을 확인했다.
이번 검사에서는 고위관료, 정치인의 채용 청탁 의혹에 대해서 중점 점검할 계획이다. 약 3주가량 진행되는 조사에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 은행에 대해서는 곧바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여기에 이달에는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의 회장선임 절차에 대한 특별 검사와 함께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와 지배구조에 대한 정밀 점검도 착수했다. 은행을 계열사로 둔 KB금융지주(국민은행), 신한금융지주(신한은행), 하나금융지주(하나은행), 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 등이 주 대상이 될 전망이다. 금감원은 금융회사가 CEO후보군을 자체적으로 선정할 경우 이사회뿐 아니라 주주, 외부자문기관, 사외이사 등의 추천을 확대하는 예시를 내놓았다.
앞서 최흥식 금감원장은 “금융지주사 경영자가 자신을 추천하는 이른바 셀프연임에 문제가 많다”며 금융사의 경영승계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