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유세 등 ‘부동산 증세’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부동산 시장의 긴장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연이은 규제에도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다주택자들의 행보에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도 갈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주택자 보유세 개편 논의와 관련해 “보유세와 거래세의 형평, 다주택 소유자에 대한 과세형평, 부동산 가격 문제 등 여러 변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정부 관계자들이 수차례에 걸쳐 보유세 인상을 공언한 만큼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가동되면 보유세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개혁특위는 세제·재정 전문가와 시민단체 및 경제단체 관계자, 학계 인사 등을 포함해 20명 이상의 민간위원으로 구성되며 위원장 역시 민간 인사 중에서 임명하게 되고 이 위원회는 이르면 상반기 중에 부동산 과세 체계 정상화 방안에 대한 검토를 끝낼 계획이다. 정부는 이후 8월께 발표할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에서 구체적인 안을 확정하고 이르면 9월 정기국회에서 입법 절차에 들어간다.
하지만 아직도 개편안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보유세 인상이 지방세인 재산세를 인상하기보다는 국세인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를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보유세 개편을 다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시군구가 관할하는 재산세로는 전국에 있는 주택들을 합산해 세율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주택에 대한 종부세는 현재 1가구 1주택은 공시가격 9억 원 이상이 과세 대상이지만, 2주택 이상은 합산 공시가격 6억 원 이상이 대상이다. 주택에 대한 종부세는 과세표준에 세율(0.5∼2%)을 곱해 구한다. 이에 따라 종부세의 △공정시장가액 조정 △세율 조정 △공시지가 조정 등이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공정시장가액 조정은 부동산 시장의 동향과 재정 여건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인 시행령으로 60∼100%의 범위에서 조정할 수 있어서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하지만 세율 조정은 법 개정 사안이고 시가의 60∼70%인 공시지가는 세금 부과뿐 아니라 부담금 등 60여 개 행정 목적에 사용되기 때문에 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외에도 현행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해 과세를 강화하거나 3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기준을 새로 만드는 방안 등이 검토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보유세안이 확정되어야 다주택자들이 움직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송파구 잠실인근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정부가 지방선거 때문에 종부세 실시를 망설이고 있다는 것은 시장이 이미 알고 있다”면서 “다주택자들은 정권이 바뀌면 언제든 법이 바뀔 수 있으니 최대한 버티려고 하는데 보유세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이 나올 경우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준을 어느 정도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현재 정부는 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유세 카드를 내놓으려고 한다”며 “이 경우 1가구 3주택 이상에게만 과세를 하는 방안이 유력한데, 이 경우에는 대상이 100만 명이 안 되는 만큼 시장에 큰 파장이 없을 것이지만 만약 1가구 2주택자부터 보유세를 부과한다면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