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청렴도와 투명성을 높였다는 평가 이면에는 농축산업계와 외식업계의 가시적인 피해가 자리한다. 이번 개정 역시 원칙을 훼손했다는 지적과 함께 외식업계의 불만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농업계는 일단 한시름 놨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다만, 화훼 분야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김지식 회장은 12일 “국민권익위원회가 농업인의 애로를 감안하고 어려운 농업과 농촌의 현실을 반영해준 부분은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입을 열었다.
피해가 우려되는 산업이 발생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사전적 논의나 사후적 대책이 전혀 없이 법이 제정·시행된 결과 그동안 농업 분야는 피해를 감수해야만 했다는 설명이다.
김 회장은 “이제는 주요 농민단체가 김영란법 시행 초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국산 농축수산물은 제외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던 이유를 깊게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에 깊게 뿌리박힌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것이 입법 취지라는 점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깊게 동감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피해가 예상됐고,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은 산업에 대한 어떠한 대책도 없었다. 대의를 위한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장의 농업인들은 생존권이 걸려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법 시행 이전부터 대책 마련을 취지로 지속적인 요구 사항을 전달해왔지만, 법의 취지상 농업인들의 요구는 국민의 정서와 직접적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권익위를 비롯한 정부부처들이 법 시행 전 피해가 예상되는 농업계나 외식·요식업계 등의 의견을 충분히 검토·반영해 관련 대책을 면밀히 제시했더라면, 청탁금지법 문제와 관련한 이해당사자들의 강력한 저항을 초래하는 등의 부작용이 훨씬 적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10월 공청회 당시 제일 반발한 분야가 화훼업계”라며 “농림축산식품부가 소비운동을 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런 부분은 권익위가 기준을 명확히 해 기피현상을 완화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 시행 이후 난(蘭) 선물이 급감한 것은 물론 경조사 화환도 앞의 띠만 바꿔 재활용하는 관행이 심해졌다는 진단이다.
김 회장은 “이제는 범정부 차원의 더욱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면서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 대책처럼 청탁금지법 문제도 동일선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