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사진> LG화학 부회장은 3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7 화학산업의 날’ 행사 후 기자와 만나 파주 LCD 유리기판 공장 증설 여부에 대한 질문에 “아직까지 달라진 것이나 드릴 말씀이 없다”며 “제품 공정을 개선해서 지금 있는 공장을 잘 돌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고 많은 성과들이 나오고 있으며, 증설은 그 다음에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2012년 4월 LCD 패널의 필수 소재인 LCD 유리기판의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7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LCD 유리기판 시장은 17조 원에 달하지만 코닝과 아사히글라스 등 소수 기업이 과점하고 있어, 시장 참여자 다양화와 소재 국산화 등의 측면에서 사업 확장을 선언한 것이다. 하지만 LCD 패널의 가격 반등의 불확실성, 국내 패널 업체들의 OLED 전환 추세 등의 이유로 증설을 5년간 유보해왔다.
LG화학은 내달 다시 LCD 유리기판 투자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에 투자 계획에 대해 정정 공시를 제출해야 하는 기한이 12월까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LG화학이 투자를 단행할 지는 미지수다. 박 부회장이 현재 공장을 돌리는 일에 집중하고 있고 증설은 추후 고려하겠다고 발언한 점으로 미루어보아 연내 공정 개선을 마치고 투자를 속히 결정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LCD 업계 시황이 다시 악화되고 있다는 점도 투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LCD 시장은 북미와 중국 시장에서 평균 화면크기가 줄어들면서 판가가 하락한 데다 TV 수요가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등 시황이 좋지 않다. 특히 중국의 LCD 시장 공세가 격화되면서 공급과잉이 심해져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등 내년 역시 시장 전망이 밝지 않다. 이에 따라 LG화학이 유리기판을 주로 납품하는 LG디스플레이를 포함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장기적인 패널 전략이 LCD에서 OLED로 옮겨가고 있어 LG화학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다만 LCD 유리기판 공장의 생산성과 수율 등 모든 지표가 경쟁사 대비 80%까지 올라왔다는 점은 LG화학이 쉽사리 증설 투자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되고 있다. 특히 지난 1분기 LCD 유리기판 사업이 EBITDA(법인세·이자·유무형자산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으로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약 6년에 걸쳐 진행되는 유리기판 감가상각이 마무리되는 내년 3분기에는 영업이익이 완전히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회사 관계자는 LCD 유리기판 생산라인 투자 여부에 대해 “공시가 돼있어 사전에 말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