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유상증자를 통해 2000억 원에 사실상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내용이 담긴 자구안을 마련했다.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금호타이어가 제출한 회생 자구안의 내용이 부실하다며 이를 반려했다.
1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한섭 금호타이어 사장은 전날 오후 서울 여의도 산은 본사를 찾아 7000억 원 안팎의 자금 마련을 골자로 한 자구안을 제출했다. 자구안에는 중국공장 매각, 유상증자, 대우건설 지분 매각, 임금 및 인력 구조조정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산은은 해당 내용의 구체성이 떨어진다고 봤다. 금호타이어 측은 자구안 실행 시기 등 미흡한 점을 보완해 13일 다시 제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이번에는 금호타이어가 제안한 자구안을 반려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산은이 금호타이어 자구안을 접수하면 이르면 다음주 주주협의회를 열어 이에 대한 수용 여부를 결정한다. 주주협의회 기관 간 이견이 발생해 회의가 길어질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회의에서는 자구안의 핵심 내용 중 하나인 금호타이어 유상증자를 채권단이 받아들일 지 여부가 관건으로 꼽힌다. 박 회장이 2000억 원 규모의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17~19%(주당 6000~5500원 가정)의 회사 지분을 확보한다. 이 경우 우리은행(14.15%)을 제치고 단일 기관 기준 금호타이어 최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박 회장은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을 확보한 뒤, 이후 공정한 재매각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 내에서는 이 같은 설명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더블스타로의 매각이 실패한 것처럼 유력 인수 후보 판세가 박 회장으로 기울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그가 지분까지 확보하면 다른 인수 후보가 나타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박 회장이 제출한 자구안이 모든 실현된다 해도, 이 회사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타이어의 단기차입금 1조6601억 원 중 1조3000억 원은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한다. 박 회장이 제시한 자구안 규모는 7000억 원 가량이다. 이 때문에 채권 만기 연장이나, 신규자금 투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채권단이 자금 투입 방식을 출자전환(채권 주식으로 전환)으로 택해 추가 지분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박 회장의 유상증자를 허용해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타이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