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이르면 9월 중 재활전문 병원인 보바스기념병원 인수를 최종 완료하고 회생절차까지 조기 종결한다. 일부 채권자들과의 법정공방으로 인수 무산 위기까지 내몰렸지만 연말부터 실버산업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0일 대법원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대법원은 보바스병원 회생채권자 중 병원의 전 경영진 등으로 구성된 특수관계자가 제기한 재판부기피신청을 기각했다. 특수관계자들은 보바스병원의 회생절차를 개시한 서울회생법원(전 서울중앙지법 파산부)의 결정이 부당하다며 재판부를 바꿔달라고 항고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보바스병원을 운영하는 늘푸른의료재단은 무리한 투자와 방만경영 등으로 2015년 9월 수원지법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으나 기각됐다. 이에 지난해 6월 재단 이사회 추천권을 매각하는 ‘인가전 M&A’ 조건으로 서울중앙지법에 다시 회생을 신청해 개시결정을 받았다. 이후 매각 과정에서 호텔롯데가 2900억 원을 써내며 다른 입찰자들을 큰 가격차로 따돌리고 지난해 10월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재단의 부실을 초래한 박성민 전 이사장 등 특수관계자들은 M&A 조건의 회생절차가 부당하다며 호텔롯데의 인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의료법상 의료기관은 의료기관만 인수할 수 있기 때문에 호텔롯데는 보바스병원 인수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보바스병원이 위치한 경기 성남시 소재의 시민단체들까지 나서 병원의 영리화 소지에 강한 우려를 표했다.
반면 서울회생법원은 호텔롯데가 병원 지분을 직접 인수하는 것이 아니라 재단 이사회 추천권만 인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법률적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서울고등법원의 재판부기피신청을 넘겨받은 대법원 역시 강행법규인 의료법 위반 소지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전 경영진이 성남지법에 추가로 제기한 이사회부존재 소송 역시 요건 부족으로 각하결정이 유력한 상황이다. 현 박진노 보바스병원 이사장과 권순용 이사를 상대로 인가전 M&A 조건의 회생 신청 여부를 논의한 이사회가 없었기 때문에 호텔롯데로의 매각이 무효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실제 이사회가 열렸고 전 경영진 중 주권 이사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송전이 마무리되면서 보바스병원의 회생계획 인가 절차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호텔롯데는 이미 지난해 12월 제1차 관계인집회 전에 인수대금 2900억 원 전체를 납입한 상황이다. 이 중 600억 원은 무상대여 형식으로 병원에 지급했다. 오는 9월 중 제2·3차 관계인집회를 거쳐 법원이 회생계획 인가 결정을 내리면 잔금 역시 곧바로 병원에 투입된다.
늘푸른의료재단 회생 관계자는 “현재 재단의 총 부채는 800억 원 수준이기 때문에 회생계획 인가 이후 롯데 자금이 들어오는 즉시 채무를 모두 변제할 수 있다”며 “회생을 조기에 종결해 병원 정상화가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롯데 역시 보바스병원 인수를 통해 본격적으로 실버산업 진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보바스병원 인수를 결정하기 2~3년 전부터 그룹 내 정책본부에 실버산업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시장 조사를 진행해 왔다. 보바스병원 인수를 위해 호반건설, 한국야쿠르트, 양지병원 등 다른 입찰자들보다 3배 이상 높은 금액을 쓴 것 역시 투입금액의 잔여분을 추가 재활병원, 실버타운 건립 등으로 재투자하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IB업계 관계자는 “보바스병원은 국내에 거의 유일한 어린이·노인재활병원으로 장점이 크다”며 “노인재활병원은 호텔업과도 통하는 측면이 있어 VIP 의료서비스 등에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9월 중 회생계획이 인가되면 롯데그룹은 보바스병원의 간판을 롯데보바스병원으로 바꿀 계획이다. 보바스병원을 소유한 늘푸른의료재단도 롯데의료재단으로 명칭이 바뀐다. 여행사인 롯데JTB를 통해 의료관광상품을 개발하고, 보바스병원과 연계해 판매할 계획이다. 롯데렌탈과 롯데푸드는 의료기기, 병원식사사업을 진행하고, 롯데손해보험도 보험사업을 통해 실버산업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실버산업 관련 TF를 과거 구성한 것은 맞지만 보바스 병원은 영리적 목적과 전혀 관계없이 사회공헌 차원에서 운영할 계획"이라며 "아직 병원이나 재단 명칭 변경 등도 예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