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무역대표부(USTR)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12일(현지시간) 발표한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 무역의 장벽을 제거하고 협정의 개정 필요성을 고려하고자 한미 FTA와 관련한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한다고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성명에서 “트럼프 정권이 중시하는 것은 무역적자 감소”라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 제품의 수출 확대를 위해 한국에 추가 시장 개방을 촉구했다. 일본 언론들은 미국 측의 이같은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미 FTA 재협상의 불똥이 일본으로도 날아들지 모르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2012년 버락 오바마 정권 시절 발효, 쌍방이 승용차 관세 등을 단계적으로 철폐하기로 합의한 게 골자다. 그러나 한국과의 무역적자가 2011년 132억 달러에서 2016년에는 276억 달러로 2배 이상 확대했다는 점을 USTR이 문제삼으면서 미국 산업계에서도 재협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져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6월 말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FTA 재협상을 제안했지만 한국 측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미 FTA는 두 나라간에 협정을 검증하는 ‘특별공동위원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USTR은 이 조항에 따라 양자 협의를 공식 요구한 것이다. 조항에 따르면 특별공동위원회는 30일 이내에 열어야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무역적자액으로 보면 중국과 일본, 독일 등이 더 큰 데도 미국이 한국에 먼저 FTA 재협상을 요구한 것은 북한 문제를 둘러싼 초조함 때문이라고 전했다.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와 관련해 제재를 강화하고 싶지만 문 대통령은 남북 정상 회담에 강한 의욕을 나타내는 등 온도차가 있다. 또한 한미는 주한 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둘러싸고도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환경영향 평가를 이유로 사드의 본격적인 운용을 늦추려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트럼프 정부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결국, 미국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을 요구한 건 무역 측면에서 한국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겠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지지율 하락으로 고민하는 트럼프는 외교적으로 강경하게 밀어부쳐 자신의 힘을 과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달 초 중국 일본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무역 불균형에 대해 불만을 표명, 동북아시아 주요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