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금융지주사의 잇따른 투자은행(IB) 부문 대형화에 자본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400조 원이 넘는 자산을 굴리는 ‘금융 공룡’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성장한계에서 벗어나려는 생존전략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이날 오후 임시이사회를 열어 은행, 증권, 캐피탈 4개 계열사의 CIB(기업투자금융) 통합 등을 골자로 한 매트릭스 조직개편안을 확정한다.
더불어 다음 달 초 정기 인사를 통해 인력 배치 등을 마무리하고 통합 CIB 조직인 GIB(group investbank) 그룹을 출범시킬 계획이다.
신한금융은 GIB 그룹장 선임을 위해 외부 인사를 포함한 인재풀을 가동 중이며, 막바지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은 GIB그룹장을 사장급으로 격상해 권한을 강화하고 의사결정의 신속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방침이다.
금융지주사들의 IB 조직 덩치 키우기는 올해 들어 본격화했다. 과거 단순한 은행 중심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고 글로벌 무대에서 골드만삭스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거대 IB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KB금융은 지난해 말 통합 KB증권 출범 이후 지주, 은행, 증권의 CIB 부문을 합쳤다.
KB금융은 공동영업체계(RM 제도) 구축을 통해 CIB 영업모델을 조기에 정착시켰다. 회사채, 기업공개(IPO), 부동산금융, 인수합병(M&A), 인수금융 등 다양한 부문에서 협업을 진행 중이다.
KB금융의 지난 1분기 CIB 부문 수익은 400억 원으로 통합 이전보다 182% 신장했다.
KEB하나은행은 올 초 IB 부문 협업을 강화한 하나금융투자에 IB사업단 인력 80여 명을 이동시켰다. 이로써 190명 규모의 IB 조직을 꾸린 하나금융은 경력직 채용을 통해 전문 인력 확충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올해 해외 IB 사업을 꾸준히 벌인 뒤 내년 상반기 안에 지주사 전환을 완료하면 별도의 CIB 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다. 농협금융도 CIB 부문을 매트릭스 조직으로 재정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각종 대형 거래가 성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CIB 매트릭스 구조의 장점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계열사 간 협업이 물리적 통합을 기초로 하는 만큼 조직의 유연성과 전문성 강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